나의 쓸모

다시 생각하는 모먼트

by 이요마

브런치 연재를 놓은지 2주가 되었고, 또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다시 글을 쓰려고, 불안정함을 견디려고 노력 중이다. 확신이 없는 와중에 한 발 씩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정도면 많이 내려 놓은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생각하지만 내려 놓을 것은 여전히 남아 있고, 최선을 다할 여지도 꽤 남아 있다.


플롯을 열심히 구상하면서, 또 브런치에 이런 글을 쓰면서 메타인지가 올라가는 걸 느낀다. 회사에서의 나, 글쓰는 나의 실력,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못 하는 것, 사회적 위치와 고민의 정도, 그리고 나에 대한 자기평가의 기준까지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지금의 나의 모습과 내 일에 백퍼센트 만족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좋아하는 분야에서 좋은 동료들과 일하는 것, 좋아하는 회사의 이름과 워라밸로 나 자신을 가스라이팅 하면서 견디고 있지만 어딘가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한다.


나는 인정욕구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욕심 없고, 양보하고, 어느 정도는 남에게 내어줘도 불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나는 인정욕으로 살아가고 그 인정욕이 채워지지 않는 순간들, 이를테면 내가 쓸모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장 비참함을 느낀다. 쓸모를 찾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하겠지만, 그래서 나의 쓸모와 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간이 편치 않은 건 어쩔 수가 없다.


어제는 오랜만에 군대 친구와 만나 밥을 먹었다. 그곳 역시 나한테는 정말 맞지 않는 핏이였지만, 나는 쓸모 없음 속에서 나의 쓸모를 찾으려고 부단히 애썼던 시간들이었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하면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느끼는 어떤 위기의식, 마음의 동요, 5년간 놓았던 글을 다시 쓰겠다고 일을 벌이는 모습까지도 다 인정욕에서 시작한 거구나 싶더라. 그리고 내가 회사의 브랜드를, 그곳에 소속된 나의 모습을 굉장히 좋아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년반 동안 시간을 돌아보니 내가 이 곳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이 곳의 이름 아래 들고 싶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럼 일을 다 놓는가. 그건 아니다. 다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는 120의 노력을 투입해야 80의 아웃풋을 내는 사람이라는 걸 이젠 인정한다. 그 80의 아웃풋도 부족한 표현방식으로 40밖에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도 이젠 인정한다. 핏이 잘 맞고, 일도 잘하는 멋진 동료들 사이에서 나만 뒤쳐진다는 생각으로 채찍질 했었는데 세상엔 그냥 안 맞는 것도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그렇다고 노력을 포기해야된다는 말은 아니다)


현실을 마주하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나아진다.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고,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마음을 먹는다. 나는 나 자신을 정말 몰랐구나. 그냥 잘 버텨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는 나에게 맞는 핏들을 찾아보고 알아가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나는 아직도 내려 놓을 게 너무도 많이 남았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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