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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May 30.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5월 4주차

22.5.23~29 읽고 본 것들

인풋노트를 주 단위로 끊어서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10~14시간씩 자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마냥마냥 시간을 보내다보면 완전히 퍼져버릴 것 같아서 뭐라도 써보자는 마음으로 적어보기로 했다. 읽은 책 / 본 영화 / 본 시리즈 + ing 정도로 기록할 예정


읽은 책

1. <영매탐정 조즈카>, 아이자와 사코, 비채, 2021

지인 A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아무리 봐도 A님이 질색할만한 연출, 표현,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뒤에 가니 왜 추천했는지 알겠더라는 책. 한 가지 사건도 여러 시선으로 트릭을 풀어야했기에 작가가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걸 투머치 하게 설명하는 게 아쉽다면 아쉬운 포인트. 역전재판의 마요이가 영매류(?)에선 원탑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며... 자세한 건 스포가 되기에 내용에 대한 언급은 안 한다.


2.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찰스 핸디, 인플루엔셜, 2022

본의 아니게 할아버지들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유명한 분이라고 하시지만 나에게는 초면인 분이였다.(나중에 다른 책도 읽어봐야지 싶다) 책의 요지는 이렇다. 세상이 바뀌고, 기술이 변화해도 인간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던지는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타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우리가 가진 황금씨앗을 발견하고 그것을 싹 틔워가는 삶을 가지라는 것. 원론적인 말이라고 넘기기 쉽지만, 실은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의 고민은 전체 인생에 아주 일부분이고, 그러니 아등바등 살 필요 없는 것 같다고. 사람들은 다 고만고만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기에 내가 가진 고민의 크기를 비교하고 가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보았다.


3. <전쟁과 평화 1>, 레프 톨스토이, 문학동네, 2016

한 줄 평이 불가하다. 이번 긴 휴가가 있었기 때문에 읽을 수 있었던 책. 각주를 다 건너뛰고, 관계도 그리는 것을 포기하면서 나아간지라... 인물 설명도 없었으면 어쨌을까 싶었던 책. 러시아 특유의 이름 장벽을 뛰어넘을만큼 재미있었다. 재미와 별개로 진도가 안 나간 건 어쩔 수 없고.

많은 인물들 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부에서는 피예르의 입장에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일까. 무엇이 정말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들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그 모습들, 조언을 실컷 구해놓고 또 도박하러 가는 젊은 사람의 알량함과 책임없음이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내가 그나마 대학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본질을 쌓아가는 것'의 중요함이 아닐까 싶다. 나는 표현이나 포장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본질보다는 오락을 좇으며 현재를 잊는 방향으로 애써 회피해 온 것 같다. 마음이 다 고장나고 나서야 다시 백투 더 베이직 하면서 고전 읽기를 하고 있으니 애석할 따름이다. 후에 사생아 피예르는 백작의 유산을 상속받으며 급 신분상승을 겪는데, 그때 이후로는 상속싸움, 옐렌과의 혼담 등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세계로 휘말린다. 4부부턴 그가 어떤 행보를 갈지 궁금해졌다.

또 하나 주목한 인물들은 전쟁에 참전한 인물 안드레이 볼콘스키다. 특히 장교로 참전하여 전장에 직접 들어가 싸우기 전까지는 가족도 부인도 명예를 위해 버릴 수 있다며 국뽕 가득차게 영적인 상태를 유지하던 그가, 패주병 사이에서 군기를 들다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 쓰러진 다음에 하늘을 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급격한 현타. 내가 바라던 세상, 꿈, 야욕, 욕심 모두 저 푸른 하늘 아래 아무 것도 아니구나 느끼는 장면은 많은 생각이 들더라. 나에게도 계획이 있었고 고민이 있었고 또 명예욕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놓아버리게 하는 순간에 처하면 파란 하늘 아래 모든 것이 공으로 돌아가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내가 전쟁에 참전해보지 않아 그 마음을 헤아릴 수 는 없겠지만, 그 극도의 무기력 상황에서 안드레이가 다시 무언가로 일어날 수 있을지 마찬가지로 다음 권이 궁금해졌다.


휴가 중엔 2권까지는 도전해볼 생각이다. 남은 책은 관두고 마저 읽어야지.


본 영화

이번 주는 코미디 영화 위주로 많이 봤다. 마음이 우울해서 언피시하고 쓰레기 같은 화장실 유머부터 주성치로 넘어가는 플로우였다.


1. <무서운 영화 3>(2003)

: 1, 2에 비해서는 그래도 순화된 B급도 아닌 D급 유머. 성역이 없는 또라이 같은 유머지만 칼끝이 약자를 겨누고 있다면 그건 코미디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었다. 그치만 부시부터 마이클 잭슨까지 위아래 없이 희화화 하는 건 아메리카니까 가능한건가 싶기도하고...


2. <슈퍼히어로>(2008)

: 잠자리맨의 유머도 포스터에서 느낄 수 있듯이 <무서운 영화> 시리즈의 바리에이션이다. 여기도 참 약자를 패면서 유머를 만드는 게 영 별로긴 했다. 하지만 조금 다른 히어로 패러디물로서, 메인 히어로가 안 되더라도 세상을 구할 수 있고, 그의 그릇에 맞는 역할과 세계가 있다는 점이 위로를 조금 주더라.


3. <007 북경특급>(1995)

: 007에 주성치라니! 하면서 일단 보았는데, 참 주성치스러워서 좋았다. 총을 맞아도 가오와 로맨틱은 포기 못하는 멋진 007. 최고다제! 


4. <007 북경특급 2>(1996)

: 1편과 전혀 상관없이 이름만 00발로 돌아온 주성치의 영화. 개인적인 취향으로 주성치는 사극(?) 분장을 했을 때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뻔뻔하고 귀여운 그가 발명왕으로 돌아와 황상을 구한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 역시 최고.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바보 걸>(2017)

: 피씨함을 내려놓고, 4차원 개그 이야기 뭐 없을까 찾다가 넷플에서 본 애니. 어느 정도의 섹드립은 감안했지만 일본식 개그의 특징인 그거 아니야! 하면서 사람 때리는 부분은 조금 적응 안 된 모먼트. 어린 아이들과도 친구가 되고, 큰 개를 타고 달리는 천진난만하고 산만한 내용이 좋으면서도, 나는 저렇게 책임을 내려놓고 놀던 시절이 있었을까 하는 씁쓸함도 함께 찾아온건 음...


2. <슈퍼크룩스>(2021)

: 마블 영화라면 퍼스트 어벤저와 데드풀 1 이후로 본 적이 거의 없다. 타이밍을 놓친 까닭도 있지만 정의라는 이름으로 히어로들이 도시 부시는 게 영 맘에 안 들어서였다. 외려 빌런이나 안티 히어로에는 꽂히는 편이다. 슈퍼크룩스는 그런면에서 참 조잡한 빌런들이 나온다. 좀도둑스러운 허술한 털이 시도, 애매한 능력, 감빵 다녀와도 못고치는 천성 같은 그 알량한 마음들이 참 좋더라. 위에서 언급한 슈퍼히어로와 엮어서 '고만고만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빌런에게도 그들만의 세계(영역)가 있다.'는 소소한 위로를 받은 시리즈. 잔인한 거 못 보면 조심쓰



보는 중인 시리즈


1. <아카이브 81>(2022)

: 미국식 오컬트는 무슨 내용일까 일단 시작했는데, 아직 2화까지밖에 안 보아서 떡밥을 쌓아가는 중.


2. <스파이 패밀리>(2022)

: 유튜브 알고리즘에 자꾸 떠서 뭔데 하고 봤다가, 아냐한테 푹 빠지게 되었다. 특히 5화였나 6화였나 교복을 맞추고 나서 사람들 앞에서 '아냐 교복이야. 빰~' 하면서 자랑하는 모습은 감동 모먼트... 정상가족 서사에서 벗어난 계약 가족이지만,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스파이 패밀리가 주는 위로는 '안전한 공간' 혹은 '돌아갈 곳' 같은 따뜻함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요르 역할의 성우 목소리가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그 끝음에 공기 소리 나는 게 너무 좋다.) 카케구루이의 주인공 쟈바미 유메코 성우였다니... 조금 놀람 모먼트



이번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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