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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n 06.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6월 1주차

22.5.30~6.5 읽고 본 것들

언젠가 회사에서 지금은 이사님이 된 당시의 본부장님과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책을 만들고 다루고 파는 업을 하다보니 점심 때도 스몰토크로 책 얘기를 많이 했더랬는데, 그때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저는 실은 책을 좋아하진 않는 거 같아요. 그때는 진심이었다. 20대에 뒤늦게 독서를 시작해서 어릴 때부터 읽어온 주변 동료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양치기로 5년째 책을 읽고 있었으니 유희나 쾌락으로 독서를 할 수가 없었다.

애석하게도 한 달간의 병가를 내고나서 내가 제일 많이 시간을 쓰는 일이 책 읽는 거더라. 나는 책을 파는 일은 좋아하지 않아도 읽는 일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읽은 책


1.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김키미, 웨일북, 2021

퍼스널 브랜딩, 자기 발굴 같은 말들을 지난 2~3년간 수없이 들었는데 아직도 와닿지가 않았다. 그래서 도서관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읽게 되었다. 요지는 '브랜딩은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타인들에게 발견될 '나'가 무엇인지,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일면은 무엇인지를 내가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우울 증상이후로 스케줄을 올스톱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잠자기, 누워서 생각하기가 전부였는데 그때 가장 많이 한 생각이 '내가 생각했던 나의 모습이 정말 나일까.'하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없었다. 감정 표현도 점점 적어졌다. 나 자신이 무얼할 때 행복한지, 나를 규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나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일생을 살았지만, 나에 대해 너무도 몰랐다. 남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나에 맞춰 해야만 하는 일로 일상을 채워갔기에 남은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느껴졌으니까. 김키미 작가가 책에 적은 구절, '나에 대해 집요하게 왜? 라고 질문하고 그 순간의 감정이나 마음을 기록하자.'는 말을 되새기며 나다움에 대해 고민해갈 생각이다.


2. <리얼 월드>, 기리노 나쓰오, 마루&마야, 2007

병가 첫 날, 밥을 사주던 부장님이 추천한 작가 기리노 나쓰오. 도서관 가서 이름이 가장 끌리는 그 작가의 책을 하나 잡았고 그게 이 책이었다. "나는 스스로 만들어낸 한심함 속에 있다. 이것이 나의 리얼 월드다."

네 명의 친구들은 도시짱의 옆집에서 벌어진 사건에 이런저런 이유로 휘말리게 된다. 미미즈라는 별명의 옆집 소년은 자신의 엄마를 야구배트로 죽이고 도주한다. 도주 과정에서 도시, 유잔, 기라린, 데라우치는 저마다의 리월드를 생각하며 소년을 직간접으로 돕게 된다.

열등감에 쩌든 찐따 남학생의 망상과 존속살해에서 시작된 소용돌이에서 네 사람이 저마다의 이유로 엮이고 그들 사이에 관계성이 형성되면서 한 사건이 쭈욱 나아가는게 인상적이었다. 모든 이야기는 각자의 리얼 월드 안에 있다. 사람들에게는 각각의 리얼 월드가 있기 마련이고, 자신의 리얼에 견주어 타인을 바라보기에 서로는 서로의 리얼 월드를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이건 같은 가족 안에 있는 부모 자식도 마찬가지다.

스릴러가 아닌 사회고발 같은 느낌을 받은 책. 다른 책들도 하나씩 도전해볼 생각.


3. <합체>, 박지리, 사계절, 2010

박지리 작가의 데뷔작. 언젠가 읽어야지 마음먹다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보겠나 하고 읽었다. 박지리의 강점은 템포에 있는 것 같다. 서사 구성의 완벽함이나 문장의 유려함보다는 툭툭툭툭 나아가면서도 힘있는 템포로 장편을 끌고가는 매력. 난쏘공을 오마주하며 키가 작은 난쟁이의 두 아들이 계룡산에 33일간 키크기 수련을 떠나는 유쾌한 스토리도 좋았다.

계룡산에 다녀온다고 드라마틱하게 뭐가 변하진 않지만, 다녀온 사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으니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보물은 네 마음 속에 있다구다사이! 하는 빤한 서사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요즘은 이런 말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빠지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회생불가능한 사회로 점점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더 마음에 닿았다. 멈춰있는 상태. 발전하지 않고 정체하더라도 그 시간이 헛된 시간은 아니라는 다독임은 고맙기까지 하더라.


4.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다산북스, 2022

교세라의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인생에 대한 이야기. 일본이고 서양이고 할아버지 책들이 주로 강조하는 가치들이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인성', '성실', '사랑' 같은 것. 이건 이전 세대의 감각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는 종이 우리 세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는 가치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강조하는 열심인 마음들, 장기적으로 보고 생각하는 가치들이 몇몇 부분은 노오오오오오력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거진 맞는 말이다.

그나마 인성과 성실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인생을 살아왔으니 나도 나쁘지 않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얻었다.


5.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놀, 2021

김키미 작가의 책을 읽고 '나다움'에 대해 답을 찾으려고 고민하다가 전자도서관에 이 책이 예약 순서가 돌아와 읽게 되었다.

"나는 나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갖고 싶었다. (...) 그 모든 것이 다 없어져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어야 했다."

가난이라는 말 앞에서 지워지는 것들이 많다. 필연적으로 포기를 전제로한 양자택일의 순간에 놓인다. 나는 대부분을 차선을 선택하며 내 자리를 만들어갔지만, 양다솔 작가는 달랐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으로 자신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며 끝없이 시행착오를 해갔다. 에세이에는 삶의 태도가 녹아있다. 내가 브런치에 쓰는 글들의 대부분 체념이나 우울, 포기 같은 디프레스된 느낌이 묻어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거다. 그와 나의 차이는 용기를 내어 시도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에서 발생되는 차이인 것 같다. 자신의 방식을 찾기 위해 기꺼이 선택하는 용기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얻었다.



본 영화

마찬가지로 2000년대, 2010년대 코미디 영화를 보았다. 마음을 편히 갖고 싶은 마음이 나를 이끄는 것 같다.

1. <불청객>(2010)

: 이거다! 이거야! 내가 바라던 진짜 유우-모어는 이런 거였다. 내가 이런 걸 좋아했었지. 하면서 나를 되찾는 기분을 만들어준 영화였다. 세 명의 백수가 골방에 같이 사는데, 어느 날 택배 하나가 도착한다. 수신처는 외계. 택배를 열자 외계에서 온 포인트맨이라는 정체 불명의 그림자 인간이 영어로 협박을 하다가, 골방이 우주로 보내진다.

스토리 요약을 하다가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그만둔다. 그냥 매 포인트 하나 하나가 내 취향 저격이었다. 유치하지만 사회를 담고 있고, 정말 뜬금없지만 그 안에도 유머와 의미가 담긴 키치함의 정점이다. 남들에게 같이 보자고는 못할 것 같지만, 혼자 다시 볼 생각이다.


2. <쏜다>(2007)

: 신해철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고, 내가 좋아하는 도그테이블의 'Shoot the world'라는 노래가 OST로 있는 영화로 언젠가 봐야지 마음먹고 있다가 이참에 보았다. 그리고 기대보다 더더더더 재미있고 좋았던 영화였다. 한 줄 평은 코리안 GTA!

윤리 선생님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모든 일을 FM으로 하면서 살아온 모범시민 박만수(감우성)는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이혼 얘기를 듣고, 근무하는 구청에서도 로비를 방해했다는 모종의 이유로 상사의 눈밖에 나서 인원감축을 이유로 해고당한다. 참다참다 폭발한 그는 잔잔바리 깽판을 치다가 하필이면 경찰서 옆에서 노상방뇨를 하다가 잡혀간다. 경찰서에서 자신을 잡아가라며 설치는 양철곤(김수로)을 만나고, 이런저런 이유로 도망을 치려다가 만수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범죄자로 낙인찍혀가고...

말 잘 듣고, 원리원칙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호구로 보고, 폐급으로 보는 세계 속에서 만수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돌아오는 건 멸시뿐이니 말이다. 참다참다 터진 울분은 GTA급으로 터진다. 그 마음이 와닿고도 애닲아서 꽤나 공감하면서 봤더랬다.

생각보다 너무 관객동원이 안 된 명작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 OST 링크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기생수>(2014)

: <히스토리에> 만화책을 보다가 너무 재밌어서 기생수도 애니로 먼저 보았다. 그냥 특수한 외계인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인간, 더 나아가 종의 차원에서 서사를 전개한 것이 참 좋았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또 인간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게 된다.

재미있는 상상에 메시지가 붙으면 힘이 얼마나 커지는 지 알게된 작품.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처음만 이미지 첨부, 이후는 기록만 간단히


1. <아카이브 81>(2022)

: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가서 5화에 정체중. 서양 오컬트 악마 친구들은 동양의 귀신보다는 덜 와닿는 느낌.

2. <스파이 패밀리>(2022)

: 이번주는 복선을 위해 쉬어가는 에피소드 같았다. 아냐의 분량이 더 늘어나기를 희망!

3. <환상 게임>(1995)

: 사실 꽤 오래전부터 보던 것인데 뜨문뜨문 보다가 완결까지 달리려고 다시 시작했다. 50여편중에 36화까지 왔다. 날아 오르라~ 주작이여~ 로 시작하는 OST만 알았지 이런 내용일줄은 몰랐다. 95년도 일본인이 상상한 중국판 '현실 여고생인 내가 이세계에선 주작의 무녀?' 정도의 판타지라니. 나는 투니버스 판을 구해서 더빙으로 보고 있는데, 미주와 유귀 성우는 고생꽤나 했을 것이다. 매 편마다 미주는 으아아아아악! 을 하고, 유귀는 미주!!!!!!!!!!!!!!!!!!!!!! 하고 외치는데 보는 나도 괴롭더라. 생각보다 잔혹한 묘사(겁탈 등)가 많은데 이걸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다고? 싶기도 하고, 아 그래서 새벽 2시에 했구나 싶기도 하고...



이번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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