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에세이] 대책없이 해피엔딩

대책없이, 그렇지만 꾸준하게 쓰십시다.

by 이요마

* 내 맘대로 책 읽기 시리즈는 글쓴이의 '아카이브 확장' + '기록'에 초점을 맞추고 씁니다.

* 책 소개 / 전반적인 줄거리보다는 제가 꽂힌 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기록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 댓글/라이킷/공유 같은 피드백 환영합니다.


대책없이 해피엔딩.jpg 대책 없이 해피엔딩(2010)


사진출처 : 알라딘 (aladin.co.kr)


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지음 / 씨네21 북스/

339페이지/12000원


1. 들어가며

나는 망했다. 첫 책(과르디올라 컨피덴셜)을 두꺼운 책을 잡았기에 두 번째는 가벼운 책을 고르자는 마음으로 이 책을 골랐다. 그리고 후회했다. 왜? 김연수-김중혁 듀오의 글빨 때문에? 그건 아니다. 이들은 프로 소설가들이니까, 수십 년을 글을 써왔으니까 잘 쓸 수밖에 없잖는가. 그럼 영화평을 하는 에세이집이라서? 그건 음... 반쯤 맞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뭔데?

그건 김연수-김중혁이 영화평을 하는 에세이집을 이미 2010년도에 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나는 '내 맘대로 영화읽기(https://brunch.co.kr/magazine/hakgomemovie)'라는 매거진을 얼마 전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것이 한국 최초, 세계 최초의 영화평이라고 자부했었다. 영화에 대해 1도 모르는 놈이 영화 줄거리나 미장센 분석 보다는 지엽적인 한 부분에 꽂혀서 그 얘기를 줄줄줄 흘려놓는 이야기. 이것이 나의 독보적인 컨셉이라고 생각했고 그 믿음 하나로 7편까지 좔좔 써온 것이다. 그런데! 이미 2010년에 이런 같잖은(!?) 작업을 한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그것도 씨네21에서! 김연수-김중혁이! 뒷목잡고 쓰러질 지경이다.


2. 저는 쉽고 편안한 문장으로 영화를 소개하는 전달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둘 다 직업이 소설가인, 그러면서도 김천 고향 친구인 김연수 소설가와 김중혁 소설가가 격주로 돌아가면서 쓴 영화 에세이집이다. 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김연수가 정갈하게 화두를 던져놓으면 김중혁은 그 글을 위트있게 받아치면서 (꽁으로 묻어가는) 투닥투닥 주고받는 말그대로 대꾸 에세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어 두 작가 중 '더' 선호 하는 작가가 있을텐데 나는 '김중혁' 쪽이 '더' 좋다.(김연수 씨가 싫다는 게 아니다.) 읽으면서 내가 좌절했지만 그가 지향하는, 영화를 읽는 방법이 나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P.67 기억이 희미하면 적게 상처받는다? <김중혁>

<씨네21>과는 달리 <키노>의 시험에는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쓰는 '고급스러운' 과정이 없었다(아, 그때도 <키노>는 가난했으려나? 극장을 어떻게 빌려!). 어떤 교실에 앉아 어떤 시험을 쳤는데, 문제는 기억나지 않고 내가 썼던 문장이 생각난다. 자기소개서였나? 아니면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라는 문항이었나? 아무튼 이런 글이었다. '저는 난해한 이론을 들이대며 영화를 해부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쉽고 편안한 문장으로 영화를 소개하는 전달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야말로 <키노>의 편집 방향에 반기를 들고 나선 셈인데 그래서인지 최종 결승인 면접까지 진출했다...(중략)

나는 영화 전공자가 아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이론도 누가 유명한 감독인지도 잘 모른다. 배우들의 이름들도 잘 모른다.(네이버/다음 영화에 검색을 하면서 리뷰를 작성한다.) 그렇다고 사전에 공부를 하고 영화를 보지도 않는다. 그냥 처음 순간부터 '느낌오는대로' 보려할 뿐이다. 물론 영화를 알고 읽으면 더 재밌을 것이고, 기법이나 새로운 시도들에서 놀라운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정도까지의 열정은 없다. 대신 영화 속에서 나 자신을 확장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책이든 영화든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수용자인 나는 '나의 입장에서' 책, 영화, 기타 콘텐츠들을 받아들인다. 새로운 정보들은 나의 기준에서 평가하고, 해석하고, 재배열되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흡수되고, 쓸모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버려진다. 그렇게 한 권, 혹은 한 편이 종료되면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나'가 되어 있는 것이다.(새로 받아들여진 정보들은 나의 기준이 되어 이 다음에 올 콘텐츠들을 평가, 해석, 재배열 하겠지.)

말이 어려웠지 쉽게 말하면 책이든 영화든 그것을 보면서 '나 자신이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은 좋은대로 흡수되고 정말 별로인 것들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반면교사 삼으면 된다. 그래. 이 과정까지는 오케이. 그 다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김중혁 소설가가 책에서 말한 한 마디다.


저는 쉽고 편안한 문장으로 영화를 소개하는 전달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게 '내 맘대로 영화읽기'의 모토였다. 다른 매거진인 '내 맘대로 책읽기, 테레비보기'도 같은 맥락이다. 짧으면 한시간 내외 길면 3시간정도 되는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인상을 받고 다른 경험을 한다. 때문에 그에 따른 감상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이 영화는 이렇게 보아야 한다! 고 제시한 감상평들이 좋지만은 않았다.(물론 영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에 도움받는 리뷰도 많다.) 또한 00 연기 최고!, 000 너무 후짐. 같은 단순한 감상을 늘어놓는 것도 영 별로였다. 그래서 내 맘대로 쓰고 싶은대로 대신에 읽는 사람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도록' 글을 쓰고 싶었다.

소설가는 소설가들이다.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를 그들은 너무도 쉬워보이게 써놨다.(드럽고 치사하다!) 이런 나의 시샘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김중혁 소설가는 이런 글도 남겼다.


p.108 천재들의 재능을 시샘하지 말자구 <김중혁>

내가 천재를 시샘하지 않게 된 것은 작가 역시 기술자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역시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해!). 작가 역시 일종의 기술자라서 평생 자신의 기술을 반복 연습해야 한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연습하여 스스로를 완성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일찍 인정받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끈질기게 자신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느냐다. 기술을 닦으면서 연습하는 동안 얼마나 행복한가이다.

이런 망할. 부러워하지 않고 그냥 하던대로 계속 글이나 쓰겠습니다.


3. 나에게 온 포인트

나의 글에 확신을 갖되 내가 지금 하는 이것이 최초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핀트가 약간은 어긋나는 말이긴 한 것 같지만 '세상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을지니. 이들처럼 그냥 대책없이 그렇지만 읽기 좋은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홀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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