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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n 10. 2024

[2024.05] 교하 도서관 강연 - 청소년 인문학

24.05.19~24.06.09(4회) 여기에도 인문학이? 문학편

교하도서관X파주시교육지원청 주관

도서관에서 만나는 청소년 인문학

[여기에도 인문학이? 문학편] 1~4회 강연 진행

강연 제목: 여기에도 인문학이? <문학편>
일시: 2024년 05월 19일(일)~2024년 06월 9일(일), 매주 일요일 4차시
시간: 10:00~12:00 2시간, 총 4회
장소: 파주 교하도서관
참여인원: 10명

후기: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왜 문학을 읽어야 할까. 청소년 친구들에게 나는 무엇을 이야기할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수업을 구성할 때 지금, 그리고 앞으로 아이들에게 문학이 어떤 의미가 되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인문학스러운(?) 커리큘럼이 나오게 되었다.


이번 4차시 수업의 핵심 문장은 '문학은 공부가 아니다'였다. 

우리가 책을 포기하는 이유는 재미로 고르기보다는 '공부'를 해야해서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웹툰이든 웹소설이든 만화든 재밌으면 시키지 않아도 찾아보지만 교과서 지문에 실리고 시험을 쳐야한다는 당위가 붙으면 읽고 싶지 않아지는 것처럼 '문학은 그냥 읽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그냥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마음을 발견하고 그렇게 자신의 여러 모습들을 수집해가는, 말하자면 스스로 '존재감'을 키워가는 과정이 바로 문학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나부터도 문학을 읽으며 숫자나 점수로 남들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던 '쾌'한 경험이 있었으니까. (물론 문학을 포장해서 인생을 구원해줄 것처럼 말하지는 않는 선에서)


그래서 청소년 필독서 추천이나 독후감 잘 쓰는 법 같은 기능적인 부분들은 다 빼버렸다. 대신 반복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준비한 프린트의 빈칸을 채워가며 '나는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날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새로 발견한 내 존재는 무엇인지' 한 명, 한 명 발표를 부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아이들이 '나를 가로막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절반 이상이 돈을 꼽은 점이었다. 공부라고 쓴 친구도 있었지만, 그것도 결국 공부를 잘해야 명문대에 가고 명문대에 가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니 돈 많이 벌 확률이 높아진다는 맥락이더라. 무엇이 아이들을 돈돈돈하게 만들었을까. 허황되더라도 꿈을 꾸고,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어도 자기를 긍정하는 자기사랑을 가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적인 답변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앞으로 그 친구들이 만들어갈 이야기들이 돈에 갇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더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수업 내내 강조했던 말 중에는 '낭비'라는 말이 있다. 낭비라는 말이 나빠보이지만, 나를 위해 낭비를 해본 사람만이 그게 정말로 좋은지 별로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낭비 없이 가성비로만 인생을 채우면서 살아왔던 나의 후회가 담긴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남들의 추천, 남들의 셀렉, 남들의 취향 속에서 살다보면 '나'는 사라지고, 남들의 상상 속에서 살아가는 나만 남는다고. 그래서 진짜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실패도 해보고 체험도 해보고 낭비도 하면서 '내 생각'을 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끝나고나서 생각해보니 이 말은 중고등학생 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던 말이 아니었나 싶더라.


문학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사람]이 나오고, 그들이 [사는] 방식이 드러나고, 그 모든 게 [이야기]의 형식으로 표현된다.

나는 당장 한 학기 한 권 읽기 추천도서를 억지로 읽히는 것보다, 그 작품 안에서 '나의 존재'를 발견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지 제대로 아는 것.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언제 행복하는지 감정과 상태로서 나를 자각하는 것이 능력주의로 점철된 세상에서도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애써 증명하기 위해서,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다들 가는 길을 택하다보면 반드시 비교나 평가가 따라붙는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남는 건 내 존재가 아니라, 소속과 지위와 자격증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아무것도 아닌 나, 나 자신을 잃어버린 나일테다. 만약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럼 삶의 의미는 없어지는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냥' 존재하고, '그냥' 사랑받아 마땅하다. 

나는 [아이들]이 [살아가며]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존재를 긍정하며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로 채워가길 바랐다.


끝까지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준 친구들과 준비하느라 고생해주신 교하도서관 사서 선생님께 감사를 전한다. 덕분에 나도 문학에 대해, 또 존재감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던 계기였다. 아이들이 앞으로 써내려갈 멋진 이야기들을 응원하면서 수업 후기를 마친다.



* 강연 및 협업 문의는 eyoma@naver.com  혹은 mdlab.pre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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