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서 음악이 들렸으면 좋겠다.

너에게 닿지 못하는 글이기에

by hako

글을 쓰다 보면, 글자들이 종종 너무 똑바로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의미는 전달되는데, 체온이 없다. 맞는 글인데, 글이 아닌 것 같다.

그럴 때 생각한다.

이 글이, 음악 이었으면 좋겠다.


음악은 내용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분위기를 남긴다. 같은 멜로디가 반복될 때,

우리는 이유보다 먼저 감정을 알아챈다. 글도 그랬으면 좋겠다.

내 글을 읽는 이들이 내용을 알기 전에, 먼저 리듬을 느끼고,

그 리듬이 마음의 속도를 따라와 주었으면 좋겠다.

문장을 읽는 동안, 마음이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글.


쉼표는 사실을 정리하는 표식이 아니라, 숨을 고르는 자리로.

줄 바꿈은 말이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라, 잠깐 멈추자는 부탁이었으면 한다.

대화 중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려주는 그 시간처럼. 글에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빠르게 소비되는 단어들 사이에서, 누군가 한 박자를 늦춰주는 것.


어떤 날은 마음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내 안의 말들이 서로를 밀치며 튀어나온다.

그럴 때 글은 소란스럽다. 반대로 어떤 날은 너무 조용해서, 아무 말도 걸리지 않는다.

그 침묵 속에서 문장은 단단해진다.

음악이 좋은 건, 소리와 소리 사이에 침묵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글에서도 나는 그 침묵을 남기고 싶다.

다 말하지 않는 자리, 설명하지 않는 자리.

읽는 이 가 스스로 마음을 놓아둘 수 있는 빈칸.


글을 ‘내용’으로만 쓰고 싶지는 않다

단어의 뜻만이 아니라, 단어가 닿는 온도와 속도까지 함께 적으려 한다.

같은 문장이라도, 조금 느리게 읽히면 다르게 아프고, 조금 빠르게 읽히면 다르게 가벼워진다.

문장에도 박자가 있다.

어떤 문장은 심장을 두드리고, 어떤 문장은 길게 끌며 마음을 흔든다.


내가 적은 이 글이 누군가의 힘든 하루에, 아주 작은 배경음악이 되었으면 바라면서..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늘 다르다. 어떤 날은 한 시간이 한 달 같고,

어떤 날은 하루가 몇 초처럼 지나간다.

글은 그 느껴지는 시간을 기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음악은, 그 시간을 ‘그대로’ 들려주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다.

내가 글에서 음악을 원한다는 건,

내 시간의 결을 그대로 남기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매끈한 문장보다, 흔들리는 리듬 같은.


글에서 음악이 들렸으면 좋겠다.

내가 다 말하지 못한 마음까지, 리듬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읽는 사람이, 자기만의 속도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끝까지 읽고 난 뒤에도, 그 조용한 아림이 한동안 남아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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