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끈

영원할 거라는 착각

by hako

인연이 영원할 거라고 믿는 건, 어쩌면 관계에서 가장 흔한 착각이다.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자꾸 “이번만은”이라고 생각한다.

영원이라는 단어는 관계를 지켜주는 약속이 아니라,

마음이 불안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당겨지는 감각이 있다.

그 끈은 어느 날 더 단단해지고, 어느 날은 숨만 쉬어도 얇아진다.

그리고 결국은, 두 가지 방식으로 끝난다.

한쪽에서 스스로 놓아버리거나, 사고처럼 끊어지거나.


그 끈을 놓는 일은 대체로 한 사람의 결심으로 먼저 시작된다.

끈을 놓는 사람은 “이제 됐다”라고 생각하고,

남는 사람은 그 말을 듣지 못한다. 그래서 더 잔인하다.

끝을 알려주지 않은 채, 관계는 ‘진행 중’처럼 보이는데 실은 이미 실종된 상태로 남는다.

여전히 손에 감긴 줄을 느끼지만, 상대는 아무것도 잡지 않은 채 멀어진다.


끈이 끊어지는 일은 더 설명이 없다.

하루 전까지는 일상이었는데, 다음 날은 공백이다.

갑작스러운 단절은 마음에게 이유를 주지 않는다.

이유가 없으면 마음은 납득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하면 계속 그 자리를 맴돈다.

그때 생기는 감정은 크지 않다. 울컥하는 느낌보다는 하루의 틈마다 스미는 그리움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어느 문장과 노래와 장소를 지나칠 때면 조용히 고개를 든다.

사라지지 않되, 크게 흔들지도 않는 방식으로.


가끔은… 아프지만 놓고 싶지 않아서,

이미 나만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잡고 있다.

끈이 내 손바닥을 파고들어 상처가 나는데도, 그 상처가 끈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것 같아서.

내가 놓는 순간 모든 게 없던 일이 될까 봐, 아픔으로라도 연결을 유지하려 한다.

그 마음의 바닥에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

다만 오래 남는 온도 같은 것이 있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과 말투, 그때의 공기.


난 영원을 믿지 않는다.

영원을 믿는 대신, 내가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본다.

인연의 끈인지, 미련의 끈인지, 그리움의 끈인지.


끈은 양쪽에서 당겨질 때 관계가 이어진다.

하지만 한쪽 손에만 힘이 들어가면, 그건 관계가 아니라 습관이 된다.

잡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버티게 하지만, 동시에 나를 다치게도 한다.

그리움은 그 습관을 조용히 돕는다. 조금만 더,


그리고 가끔은 생각한다.

끈을 놓았던 손 위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쩌면 배신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더는 잡을 힘이 남지 않은 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과연 AI 시대에는 누가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