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일하고, 오프라인에서 살았다
20년이 넘게 온라인에 서비스를 만들었다.
사람이 들어오고, 머물고, 떠나는 흐름을 설계했고
조직과 제품을 “디지털로 바꾸는 일”을 해왔다.
내 일은 늘 온라인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삶만큼은 온라인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온라인은 빠르다.
기록이 남고, 숫자가 따라붙고, 반응이 기준이 된다.
그 구조를 너무 잘 알았다.
어떤 문장이 노출되고, 어떤 표정이 소비되고,
어떤 삶이 ‘콘텐츠’가 되는지.
그래서 나는 조용히 오프라인에 남아 있고 싶었다.
말이 지나가고, 기억만 남는 방식으로.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SNS도 안 했다.
블로그도 시작하지 않았다.
삶을 지키는 방법이, 내겐 “올리지 않는 것”이었다.
삶은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는데도 그렇다.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고
나를 새벽으로 불러냈고
나를 ‘쓰기’ 쪽으로 밀어 넣었다.
새벽은 마음이 글로 정리되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어색했었다.
나를, 내 생각을 글로 적는다는 건,
나에게 꽤 큰 결심이니까.
하지만 막상 한 번 쓰고 나니
생각들이 정리가 되었다.
오히려 가벼웠다.
“온라인에 나를 올린다”는 게
꼭 나를 다 내어주는 일은 아니라는 것.
여전히 나는 조심스럽다.
너무 많이 말하지 않으려고 하고,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도
이제는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이
예전처럼 거부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아마도 브런치의 속도가
내 호흡과 맞아서 일지도 모른다.
빠르게 소비되는 곳이라기보다
조용히 앉아 읽는 사람을 전제로 하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나를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정리해서 건네기 위해” 쓰고 싶다.
20년이 넘는 동안 나는 많은 장면을 봤다.
- 새 기능 하나가 조직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
- 작은 개선이 고객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순간
-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순간
- 제대로 설계된 시스템이 조직을 살리는 순간
그 경험들은 거창한 성공담이라기보다
현실에서 부딪히며 얻은 생활감이다.
그리고 가끔은
그 생활감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완벽한 답이 아니라도,
작은 힌트 하나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만 겪는 게 아니었구나.”
“이렇게 정리해도 되는구나.”
“지금은 막혀도, 다음 장은 열리겠구나.”
그 정도의 도움이라면
나는 계속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오프라인을 좋아한다.
화면 밖에 두고 싶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온라인에 남기는 글이
내 삶을 침범하는 방식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내 이야기를 조금씩 써보려 한다.
내가 걸어온 시간에서 건질 수 있는 것들을
천천히, 담백하게.
어쩌면 나는
온라인을 만들던 사람에서
온라인에 “한 줄씩 남기는 사람”으로
조용히 옮겨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너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