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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Mar 08. 2021

원테이크 편집없이.

내가 나를 위해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물이면서, 효과가 좋은,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여행이다.


참 신기하게도 이렇게도 벅차고 즐겁고 행복하고,

꿈같은 매 시간을 보내면서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 달콤함을 가장 빨리 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지금의 기분을 잊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든 어떠한 형태로든 남기로 하는 것일테지.


여행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냥 혼자 낯선 길을 걷는 것,

여기가 어딘지 매 골목을 돌면 무슨 풍경이 펼쳐질지, 지금 내 옆을 지나가는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 들어간 카페는 무슨 노래가 나올지, 지금 치는 파도는 잔잔한 편인지 센 편인지. 모든게 미정이고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찾기는 힘든 것. 그렇게 희소성을 강제로 부여하는 일상.

그게 여행이 가지는 묘미이지 않을까.


그리고 어디선가 읽었다.

여행해야 하는 이유는, 낯선 곳에 나 자신을 내 던지므로써 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태인지를 가장 잘 알 수 있게 된다고.


내 인생이 얼마나 행복한지,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부족한 것에 집중하거나 이루지 못한 것에 마음 초조해하기보다는,

제주에 내랴와 있는 이 시간들 속에서 나는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내가 이룬 것들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수고한 나에게 고마음을 표시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서울 생활이 n년차에 드러서서일까,

내이가 30대가 되어서 일까,

사회 생활을 오래해서 일까,

요즘은 사람들이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결혼하고, 집을 사고, 자리를 잡아가는 그 과정들이 혐오스럽기보다는 이해가 되어 간다.

그렇게 살고 싶다는 감정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사는지 이해는 되어가는 과정 같다.

딱히 분명하고 중요한 나의 기준과 가치관이 있지 않은 누군가,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세상의 기준을 따라가면서 도장깨기 처럼 달성해나가는 그 과정이 중독적인 안도감을 줄 것이다. 인생을 허비하고 있지 않다는 안도감, 남들처럼은 살고 있다는 안도감, 세월이 지나 돌아봤을 때 나에게 주어졌던 나의 인생으로 난 무엇을 이루었나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안도감.


수도 없이 많은 안도감을 준다.

마약과도 같다. 쉽고 빠르게 만족되기 떄문에.

복잡한 고민은 안해도 된다. 

어떻게 행복해지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요소가 중요한지, 어떤 상태에서 나약해지는지, 언제 슬프고 언제 외로운지, 어떤 사람을 만나길 꿈꾸는지, 어떤 이들에게 분노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내 삶을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결정된 사항이지만,

그런 기준과 안도감으로부터 no를 외쳤다.

그냥 내 기준으로 살겠다고, 조금 어렵고 복잡하고 망설임 덩어리가 될 지라도

나는 내 기준대로 살아보겠다고 선언했고 결심했다.

후회는 커녕 이런 선택을 내린 과거의 내가 자랑스럽고 고맙고 뿌듯하다.

물론 환경에, 상황에, 주변에 너무 몰입해서 나를 괴롭힐 때도 있을 것이고

자책하거나 좌절감을 느낀 적도 많다.

세워논 목표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함도 있었고,

잘 하고 있는 건지 헛수고를 하는건 아닌지 없는 걱정을 쥐어 짜내기도 했다.

가는길이 외롭기도 했고, 혼자 가겠다고 편안한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잘라낸 건 아닌가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것 까지 다 포함해서 과정이고 여정이다.

그런 장면들이 없었다면, 보기 싫은 장면이라고 빨리감기하거나 편집하면,

결론까지 비약이 심해질 것이다.

그냥 그거까지가 내 스토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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