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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Mar 10. 2021

행복 마련을 위한 재료들

인생의 모토가 있다는 것,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

행복한 시간을 이루는 구성요소가 무엇인지 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내가 잘 살고 있는 이유가 된다.


내가 언제 행복한지 알고 있다.

일상에 치이고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며 나를 위한 자원을 남겨놓지 않고 다 소진해버려 그 상황을 잘 만들지 못할 뿐이다. 즉, 개선의 여지가 매우 높다.


나는 주말에 늦지 않게 일어나 내려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

스피커로 틀어놓은 미디움 템포의 팝이나 재즈를 좋아한다.

춥지만 베란다 문을 열어놓고 아파트 빌딩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는 일을 좋아한다.

새소리가 들리면 별것아닌데도 기뻐하고,

아이들이 뛰어 오는 소리가 멀리서 메아리치면 그것까지가 음악이다 생각한다.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는 나의 거실을 좋아한다.

따뜻한 커피와 차가운 바람과 좋아하는 노래와 앞으로도 주말이 몇 십시간이나 더 남아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껏 부자가 된 것 같아 그 시간을 사랑한다.



나는 카페에서 혼자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

연속되는 일정이 없어서 몇 시간이고 혼자 앉아서 읽고 쓸 수 있는 이 공간을 사랑한다.

부유물처럼 떠다니던 먼지같은 생각들을 모아서 무작정 말도안되는 글을 써내려 가다보면

생각이 분류되고 비슷한 생각끼리 뭉쳐진다.

그 글을 다시 읽을지 다시는 읽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나와의 수다를 떠는 시간으로 여겨져 소중하게 생각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 스스로 차 한잔을 두고 내 생각을 증거물로 남기는 일을 좋아한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좋고,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된다.

루즈하게 깔리는 까페 음악도 좋고, 가끔 이어폰 너머로 커피 원두를 갈아대는 어마어마한 소음도 나쁘지 않다.

점심 시간을 전후로 사람들이 붐비다가, 

나만 남고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조용해진 카페를 좋아한다.

행주를 들고 테이블을 닦으러 돌아다니는 알바생들도 여유를 찾았는지 매장을 둘러본다.



나는 햇살 강한 어느 봄, 가을 날에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조용해서 이파리 사이로 바람이 스칠 때 이파리끼리 부딪히는 소리들이 우렁차게 들리는 고요를 좋아한다.

처음들어보는 새소리도 들리고,

아주 멀리 저 도로에서는 커다란 화물차나 트럭들이 달리며 내는 아득한 소리도 좋아한다.

걷다보면 간혹 마을 주민들이 보이는 모습도 좋아하고,

강한 햇살에, 바닥에 반사되는 햇빛에 눈이 아릿해지는 느낌을 좋아한다.

날벌레들이 눈앞에 스치는 모습과 날개가 햇빛에 반사되는 모습도 경쾌하고,

귀에 가끔 윙윙대며 지나가는 파리 한마리까지 기분 좋다.






나는 내가 언제 행복한지,

어디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힘든 나에게 어떤 상황을 만들어줘야하는지 알고 있다.


다만 나를 자주 돌보고 더욱 정성스럽게 가꾸기 위해서 이러한 시간들을, 이런 상황들을 자주 많이 만들어줄 의무만 있을 뿐이다.

나의 행복과 치유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하지만,

그래도 방법을 찾았으니 이제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과 보호의식으로 자주, 자주,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주고

나를 채우고 살피고 돌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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