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륵, 하고 한 방울 땀이 이마에서 눈썹을 타고 눈두덩이를 지나 속눈썹 바로 위에 맺혔다.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유산소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뭘 했다고 이럴 일인가. 생각해보니 방금 11kg 아기를 한 손에, 노트북과 두꺼운 책 한 권을 비롯한 온갖 잡동사니가 든 5kg 좀 넘을 법한 기저귀 가방을 한쪽 어깨에 들쳐 메고 5층 계단을 '등반'한 후였다.
평소와 달리 예민하게 구는 아기의 애착 이불을 겨우 떼놓고 아기욕조에 목욕물을 받아놓은 후, 옷과 기저귀를 벗기고 왱왱 울며 발을 굴러대는 아이를 억지로 욕조 안에 내려놓자 그제야 나의 온 얼굴이 땀범벅이 되어있는 걸 알아챘다.
얘가 왜 이럴까. 아 힘들다 진짜. 빨리 잠이나 잤으면...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머릿속에 이 세 마디가 무한 반복된다.
The Letdown
다리에 힘을 쫙 주고 무릎을 굽히지 않는 아이는 목욕을 안 하겠다는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었다. 힘으로 제압하며 어떻게든 앉혀보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이렇게까지 싸울 일인가 싶다. 아이가 아니라 내가.
아기는 아기일 뿐이고, 이유 없이 떼를 쓰는 일은 없다. 다만 부모가 아이의 언어를, 욕구를, 불편함을 못 알아차릴 뿐. 온몸으로 불편함을 호소하고, 목청껏 울어대는 아이에게 오늘 내 하루가 힘들었다고 해서 힘으로 제압해서 앉히려고 하는 나라는 엄마는 뭔가.
The Letdown
정신을 차리자.
신경을 돌릴 물건을 재빨리 스캔했다. 아침에 재미나게 놀던 양치 물컵이 보였다. 여전히 꼿꼿이 서있는 아기에게 물컵에 물을 담아 어깨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움츠리더니 어느새 씨익 하고 웃는다. 충혈된 눈에 눈물 가득 맺혀서는.
아기는 평소와 달리 예민했지만, 나 역시 평소와 달리 손도 표정도 말투도 날카롭고 거칠었다.
겨우 닦이고 머리를 말리고 다시 기저귀를 입히고 아기 옷에 달린 똑딱이 하나하나를 다 잠그고 재울 준비를 마치자 애착 이불과 함께 아기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이는 오늘 하루가 너무 피곤하고 졸렸던 것이다.
너도 참 피곤하고 속상했겠구나.
잠든 아이 옆에 누워 방금 지나간 아이와의 짧은 전쟁을 돌이켜보니, 괜히 눈물이 난다. 지친 마음과 미안함과 엄마 노릇을 이렇게 밖에 못하는 내가 미워서.
아기 등을 토닥토닥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미안해 엄마가 오늘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에어컨 바람 아래 아이를 재우고 나니 어느새 땀은 식고 입가에는 소금 맛이 났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다녀온 농활에서 맛봤던 그 맛이었다. 살면서 땀을 흘린 적은 수없이 많지만 그 해 여름, 농활을 하며 흘린 땀의 기억은 손에 꼽히도록 힘들었던 기억이었다. 아기와 맞는 두 번째 여름이 그때와 견줄 만하다니. 체온보다 조금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 수박 한 입 베어 물며 친구들과 '그래도 오늘 참 좋았다'며 저녁 밤을 수다로 지새우던 것도 기억이 난다. 오늘도 그 날처럼,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고단했던 하루를 흘려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