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의 브런치 글쓰기
언제부터였던가. 글쓰기를 놓아버린지가.
라고 생각하기엔 글을 진득이 써봤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글을 쌓아왔던 브런치에 마지막 올린 글이 2022년 7월인 것을 보니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싶기도 하다.
나에게는 유일하다 싶은 사적모임이 하나 있는데, 한 달에 두 번씩 글을 쓰고 각자 (우린 4명의 모임원이 있다) 브런치에 발행 후 인증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은 마감을 못 지킬 시 5천 원씩 벌금을 내야 하는데, 나의 적립 벌금이 30만 원에 다다랐다는 걸 이 글을 쓰며 깨닫고야 말았다. 중간중간 휴재를 (그렇다, 우리끼리 마감이 영 힘들 것 같을 때는 합의 하에 자체 휴재도 갖는다) 가졌다고는 해도, 최소 50번의 약속을 뻔뻔하게 어기며 25만 원은 벌금으로 냈을 테다.
과거의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매번 또렷한 위로를 받았기에 글쓰기는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정성스러운 돌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떨 땐 매달리는 심정으로 일기가 됐든 기록이 됐든 끄적이기도 했다. 여전히 글쓰기는 나를 안위해 줄 것이라고 믿는 구석이 남아있지만, 지난 몇 년 간은 어떤 이유에서든 글을 내놓기에 마음이 여러모로 움츠려있었던 것 같다.
글을 종종 쓸 때에도, 2년 반 만에 머릿속 생각 뭉치에서 한올 씩 끄집어내 보는 지금도, 한결같이 잠기게 되는 생각은 나의 언어가, 나의 세계가 한없이 좁고 가볍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글을 계속 쓰고 싶은 마음만이라도 갖게 되는 이유 역시, 이러한 나의 얕은 언어를 조금 깊이 있게 만들고 싶은 바람에서이다.
어쩌면 나는 그런 나의 가벼운 존재를 재확인하는 자리를 회피해 왔던 것 같기도 하다. 진부한 표현과 제자리에서 맴도는 행동 없는 고민들을 마주하는 게 괴로웠는 지도. 가진 게 없는 빈 강정인 것을 드러내는 게 부끄러웠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글쓰기는 아무리 그럴 듯 해보이는 글로 꽁꽁 숨겨본다 해도 결국 나를 벌거벗게 만드는 수치스러운 활동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아는 사람 중 내 글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음에도, 내가 너무 별로인 사람이라는 걸 들키는 게 싫은 것이다.
며칠 전, 만 40세 생일에 마침 구정 연휴와도 맞닿았기에 새해 마음가짐을 다잡아봤다. 지키지 못할 위시리스트를 더 해가기보다 올해는 나를 좀 더 아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5세 딸을 키우면서 가능한 좋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길 노력하듯, 나 자신에게도 예쁜 말과 무조건적인 위로를 더 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글도 이왕 다시 써보자 기지개를 켠 김에, 자기 증오나 연민보다는 마흔이지만 앞으로 건강하고 맑게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채찍질은 거두고 응원을 보내볼까 한다. 그런 뜻에서 나를 아끼고 보살피는 기록을 담을 ’돌봄 노트‘도 구입했다. 겨울 귤색의 노트를 가득 채웠을 즈음엔 나의 브런치도 많은 이야기가 쌓여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