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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Jul 04. 2018

영화 리뷰 <라이프 필스 굿>

뇌성마비 장애인의 20여 년 삶을 다룬 영화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았던 마테우스(카밀 트카츠 분). 어머니(도로타 코락 분)는 그의 신체가 자유롭지 못할 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의료진은 마테우스를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며 지적 능력이 없다고 진단한다. 마테우스의 아버지(아르카디우즈 자쿠빅 분)는 아들에게 항상 "절대 포기하지 마라. 다 잘 될 거야"라고 가르친다.


마테우스는 많은 아픔을 겪으면서도 자신에 대해 말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성인이 된 마테우스(데이비드 가드너 분)를 만난 한 보조교사는 그가 지능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다. 마침내 그는 그림과 문자판을 향해 눈을 깜빡이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영화 <라이프 필스 굿>은 어릴 적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폴란드의 셰맥 크자노스키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그의 감동적인 성장기는 폴란드에서 방송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폴란드 전역을 눈물로 적셨다. 마시에이 피에프르지카 감독은 셰맥 크자노스키의 사연을 영화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를 주어 마테우스의 드라마로 오롯이 만들었다.


"나는 식물인간이 아니다"



<라이프 필스 굿>은 1987년 어린 시절 마테우스부터 2010년 청년으로 성장한 마테우스까지 20여 년의 시간을 다룬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성인 마테우스는 의료진들로부터 "자신에 대해 말해봐"란 질문을 받는다.


이후 영화는 '증거', '신동', '남자친구', '다 잘 될 거다', '웃음', '말들', '인간', '라이프 필스 굿' 등 소제목이 붙여진 삶의 조각을 시간 순서대로 조명한다. 이것은 세상이 던진 질문에 대한 마테우스의 대답과 다름없다.


자신을 식물인간으로 취급하는 세상을 향해 "나는 식물인간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마테우스는 누구나 그렇듯 많은 만남을 갖는다. 친한 친구를 얻기도 한다. 사랑과 이별도 경험한다. 장애인을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마테우스는 인연과 희로애락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보이스 오버를 통해 관객에게 들려준다. 이런 영화적 형식은 마테우스가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 또한, 그가 아무 생각도 없을 거란 편견의 시선과 대조를 이룬다. 마테우스의 독백과 시각으로 펼쳐지는 까닭에 관객은 그의 내면과 인생에 함께하는 기분이 든다.



영화는 자칫 분위기가 무겁게 흐르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걸 피하고자 곳곳을 밝게 꾸몄다. 마테우스는 성장 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대신에 먹고 토하는 횟수로 산수를, 독일에서 온 소포를 보고 지리를, 어머니가 고객의 옷 치수를 재는 행위에서 해부학을 배웠노라 농담을 던진다.


마테우스가 아버지를 나름대로 관찰하고 "아버지의 직업은 천문학자일까, 기능공일까, 아니면 범죄자일까?" 말하는 대목도 재미있다. 여성의 가슴에 관심을 가지며 성적 호기심을 드러낸다. 영화의 솔직담백한 묘사는 마테우스가 하나의 영혼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끔 해준다.


<라이프 필스 굿>의 가장 큰 호소력은 배우에게서 나온다. 마테우스 역을 맡은 데이비드 가드너는 <나의 왼발>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 <아이 엠 샘>의 숀 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에디 레드메인, <말아톤>의 조승우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명연기를 선보인다. 어린 마테우스로 분한 카밀 트카츠의 연기도 훌륭하다.



어릴 적 마테우스는 아버지와 같이 밤하늘을 수놓은 많은 별을 보곤 했다. 마치 아버지는 각자는 별처럼 빛나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몸은 불편할지언정 마음속엔 우주를 품으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아버지가 마테우스에게 꿈을 심어주었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의 바람처럼 마테우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꿈을 갖고 인생의 허들을 넘는다. 그는 인생의 희극과 비극을 기꺼이 즐긴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테우스는 말한다. "내일도 좋은 날이 될 것이다." 마테우스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실로 따뜻하다. 제37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3관왕, 제16회 폴란드필름어워즈 5관왕, 제11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


20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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