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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Apr 06. 2021

영화 리뷰 <아이 씨 유>

현실적인 공포로 가득한 흥미로운 영화 퍼즐


미국의 어느 교외 도시에서 열 살 소년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 그렉(존 테니 분)과 스피츠키(그레고리 앨런 윌리엄스 분)는 현장에서 발견된 초록색 주머니칼을 보고 15년 전에 벌어졌던 아동 연쇄 살인 사건을 떠올린다.


재키(헬렌 헌트 분)는 자신의 외도가 밝혀지며 남편 그렉, 아들 코너(주다 루이스 분)와 불화를 겪는다. 그런데 그렉의 집에선 물건들이 사라지고 TV와 LP 플레이어가 켜졌다 꺼지는 등 이상한 일들이 생긴다.


영화 <아이 씨 유>는 숱한 영화에서 다뤄진 바 있는 연쇄 실종 사건, 유령의 집, 가족 해체의 위기, 가족 구성원의 비밀, 낯선 이의 침입, 사이코패스, 계급적 시각, 핸드헬드로 찍은 기록 등 익숙한 소재를 반전의 틀 안에 모아 변주한 점이 참신하다. 메가폰은 코믹한 추격 스릴러 <레벨 업>(2016)과 슈퍼히어로 영화 <아이보이>(2017)를 연출한 아담 랜달 감독이 잡았다. 그는 마치 퍼즐처럼 설계된 이야기 구조를 <아이 씨 유>의 매력으로 꼽는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우여곡절은 하나의 커다란 미스터리를 만들 뿐 아니라, 캐릭터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관객의 판단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아이 씨 유>는 일반적인 내러티브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1막은 아동 연쇄 실종 사건과 그렉의 집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 현상들을 보여준다. 의문은 이어진다. 사라진 아이와 초자연적 현상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살인 사건은 누구의 짓인가? 왜 이런 일들을 벌어지는 걸까? 가면을 쓴 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화는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1992), 스티븐 킹의 소설,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를 구성하고 보이지 않는 존재를 암시하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막의 주인공은 실제 거주자 몰래 집에서 며칠간 머무는 '프로깅'을 하는 알렉(오웬 티그 분)과 민디(리베 바러 분)다. <아이 씨 유>는 그렉의 집에 몰래 숨어든 두 사람의 시점으로 앞선 1막을 재구성하고 장르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3막에선 연쇄 실종 사건, 초자연적 현상, 의문의 살인 사건이 하나로 이야기로 통합되고 숨겨진 진실은 수면 위로 나타난다.


영화의 간판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헬렌 헌트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트위스터>(1996),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 <왓 위민 원트>(2000), <캐스트 어웨이>(2000),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2000) 등의 작품으로 전성기를 구가한 그녀는 이후에도 배우, 각본가, 감독, 프로듀서로 경력을 쌓아왔다. 


안타깝게도 <아이 씨 유>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느껴지질 않는다. 극의 구조상 2막과 3막에서 분량도 많지 않거니와 불륜을 들켜 가족들과 갈등하는 캐릭터 자체도 단조롭다. 의료 시술의 탓인지 너무 변해버린 얼굴은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아이 씨 유>는 촬영 기간은 21일, 예산은 5백만 달러에 불과한 미국의 저예산 독립 영화다. 단점도 분명하다. 영화의 일부 설정은 치밀하지 않아 마치 반전을 위해 억지스럽게 이어붙인 인상이 강하다. 반전의 효과 역시 <유주얼 서스펙트>(1996)나 <식스 센스>(1999)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공포, 오컬트를 혼합한 <아이 씨 유>의 독창적인 내러티브 구조는 놀라운 성취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의 "영리하게 설계된 스토리로 관객들의 예측을 보란 듯이 좌절시킨다"란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본을 쓴 데본 그레이 작가와 연출을 맡은 아담 랜달 감독은 현실적인 공포로 가득한 흥미로운 영화 퍼즐을 내놓았다. 그리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퍼즐은 어떤 힌트도 없는 상태에서 풀어야 가장 재미있다. 모든 반전 영화가 그렇듯이 말이다. 2019 SWSX 영화제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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