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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Jul 18. 2017

영화 단평 <덩케르크>

또 하나의 '영화적 체험'을 제시한 크리스토퍼 놀란


<덩케르크>는 사실상 뚜렷한 서사가 없다. 단지 덩케르크 철수작전의 현장을 여러 시점으로 지켜볼(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마치 현장에 있는 영화적 체험이라 강조) 따름이다. 덩케르크 철수작전의 구현은 놀란의 전작들처럼 디지털을 최소화하고 아날로그에 매달리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실제 전투기를 띄워 촬영했다는 이야기엔 집착마저 느껴졌다.


영화는 3개의 시간대와 공간에 놓인 인물을 포착한다. 그들은 모두 교차 편집으로 덩케르크 철수작전에 연결된다. <인셉션>의 교차 편집이 시간의 경험을 꾀한다면 <덩케르크>의 교차 편집은 감정을 조절하는(영화 전체는 마치 시 또는 교향곡을 연상시킨다) 역할을 맡았다. 후반부에 다소 뻔한 감동 장면을 이끄는 아쉬움도 남기나 이또한 현실의 충실한 재현이기도 하다. 편집 자체의 마술로만 본다면 놀란의 작품 중 가장 떨어진다.


현대 전쟁 영화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시작한다. <덩케르크>는 '재현'을 충실히 따르면서 한편으로 조용한 '정'적과 감정적인 '정'적을 섞어 자장을 벗어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위치엔 못오를지언정 앞으로 전쟁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분명 <덩케르크>를 참고할 것이다.


서사를 지우고 디지털을 줄인 방식으로 빚은 체험의 장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덩케르크>. 승리가 아닌, 패배의 역사에서 놀란은 보편적인 두 가지 말을 건넨다. 하나는 극장의 체험은 여전히 놀랍다는 외침이고 다른 하나는 분열의 세계를 사는 우리에게 단결의 힘을 기억하라는 당부다. 그날, 그들이 패배에서 엿본 희망은 단합에서 시작했다고. 그것이 위대한 승리의 첫걸음이었다고.


2017년7월13일 CGV 왕십리 아이맥스

<덩케르크>언론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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