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 햄스터도 마음만큼은 어린이다.
※ 이 글은 2023년 상반기, 서랍에 저장해 두었던 내용을 발행한 글입니다.
21년 5월에 태어난 햄스터 보솜이는 내 침대 옆 케이지에서 살고 있다.
우리 집에 온건 21년 9월 25일, 벌써 태어난 지 2년 4개월이 되었다.
보통 애완 햄스터의 수명은 1년 반에서 2년 정도 된다고 한다.
보솜이는 그보다 4개월을 더 산 할머니 햄스터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90대 노인정도라고 들었다.
보솜이는 유기되었던 햄스터의 새끼였다. 21년 5월에 태어나서 9월까지 임시보호 중이었고 나와 언니는 오랫동안 입양을 못 간 햄스터를 입양했다. 그게 바로 보솜이다.
쳇바퀴 타는 걸 좋아해서 케이지에 무려 3개의 쳇바퀴가 있는 보솜이는 어렸을 때 새벽 내내 쳇바퀴를 타며 내 잠을 깨우곤 했다. 그때는 몰랐었다. 보솜이의 쳇바퀴 타는 소리가 그리울 줄은...
보솜이는 이제 뒷다리의 근육이 많이 빠져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 날쌘돌이 보솜이의 낙이었던 쳇바퀴는 이제 굴릴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두 다리가 불편해지고 난 뒤로는 쳇바퀴 소리가 안 들렸다. 난 어차피 못 타는 쳇바퀴니까 보솜이가 이제 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오늘 새벽잠이 오지 않아 보솜이를 관찰했는데 쳇바퀴에 올라타고 싶어 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반쯤 걸친 몸으로 앞 발을 이용해 쳇바퀴를 굴리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쳇바퀴는 야속하게도 돌아가지 않았다. 쳇바퀴에 올라타지 못하고 걸쳐져 있는 몸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 미안해졌다. 쳇바퀴를 쌩쌩 타고 다닐 때 잘 탄다고 칭찬이라도 한번 해줄 걸 그랬다.
하고 싶은 일을 몸이 불편해서 못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아직 모른다. 나의 룸메이트 보솜이는 쳇바퀴를 타고 싶어 한다. 두 다리가 불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쳇바퀴에 올라타려고 하는 보솜이는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말로 형용할 수 없겠지.
내 눈에는 아직 아기 같아 보이는 보솜이와 이별을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이 난다. 난 보솜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욕심을 내서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내 룸메이트, 내 동생 보솜이가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의 추억을 잊지 않아줬으면 한다. 눈물이 흐르는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