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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버언니 Oct 18. 2020

존버해야 할까 존~버 해야 할까

회사라는 조직생활을 하면서 나는 수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바로 ‘나다움’에 대한 고민이었다. 나는 늘 다른 사람의 눈에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입사초기에는 누구나 좋아하는,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다 보면 ‘나다움’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상처를 받고 싶지도 않았다. 착한 사람까지는 아니어도 나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또한 무탈하게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나다움을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생활, 조직 생활에서 이 모든 것을 지키기란 무척 힘든 일이었다. 결국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나는 오랜 시간을 대충 버티는 것으로 살아야 했다.

‘나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조직생활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서, 눈치 보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나는 매일 같은 고민을 반복했다. 그리고 현재, 나는 나름대로 찾은 방법을 바탕으로 회사원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건 바로 ‘대충’ 버티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존중하며’ 버티는 것이다. 갑자기 확! 회사를 존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 삶을, 내 생각을 바꾼 것은 어느 날 겪게 된 교통사고였다.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이었다. 나는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슬픈 가사에 내 인생을 비유하며 급히 회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회사 근처에 도착한 나는 자연스럽게 무단횡단을 감행했다. 횡단보도가 회사와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자주 무단횡단을 하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차와 부딪치는 아찔한 사고를 당하고야 말았다. ‘내일은 꼭 지각하지 말아야지!’라는 마음과 달리 늘 지각을 밥 먹듯이 하던 나의 잘못된 습관이 초래한 대참사였다.

지나칠 정도로 사고 없는 삶을 살다가 당한 일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교통사고 당시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자동차와 부딪쳐 하늘로 붕~ 뜨는 순간 나는 ‘어? 뭐지? 나, 사고 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부터 시작해 수많은 다른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떠올랐다.     

‘와…, 이렇게 무단횡단 하다가 허무하게 엄마, 아빠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가는 건가? 죄송하네.’ ‘어제 4시 지나서 대출 받으러 온 고객님께 오늘 일찍 대출금 송금해 드린다고 약속했는데… 못 해 드리겠네. 죄송하다.’ ‘은행에 있는 내 적금들아… 안녕…. 그러고 보니 해외여행 한 번 못 해보고 떠나는구나!’ ‘아참, 그러고 보니 내 미결 업무들에는 뭐뭐가 남아 있더라?’    

그렇게 미결 업무들을 생각하는 사이, 나는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땅에 떨어지는 순간, 나는 뜨고 있던 눈을 질끈 감았다. 아플 것이 걱정되어서가 아니라 너무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몸이 충격에 놀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픔은 느끼지 못했다. 살며시 눈을 떠보니 내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제일 먼저 보였다. 그리고 뒤이어 자주 이용하던 회사 1층의 편의점 아주머니가 달려와 “아가씨, 괜찮아요?”하고 물으시는 걸 시작으로 나를 친 사고차량의 운전자 분이 뛰어오는 모습, 근처에서 구경 중인 수많은 사람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창피하던지! 창피함은 아픔을 이겨버린 듯, 내 몸을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집어 들고 보니 이미 지각인 것이 아닌가! 나는 “저 괜찮아요!”라고 소리친 뒤 급히 회사로 달려가 버렸다. 그리고 사고를 당한 뒤,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사고가 아니라 그 사고를 당했을 때 든 생각들이 나를 바꾼 것이다.    

잠시 욜로를 즐겨보자.

사고가 나기 전까지 나는 회사를 빨리 그만두자는 마음 때문에 오직 적금과 예금에만 목숨을 걸고 있었다. 소소한 행복은 뒤로 한 채, 통장 잔고만 보며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뒤 나는 이제까지 놓치고 살던 작은 행복들을 행동으로 옮겼다. 나는 부모님과 못 가본 여행을 시작으로 명품도 사고, 피부 관리도 받고, 비싸서 못 먹던 음식도 먹어 보고, 하고 싶었던 운동도 시작하는 등 내게 투자하는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게끔, 온전히 나를 위해!’를 모토로 새 삶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높아지고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도 확실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없게 버티기만 하는 인생을 사는 것은 무의미했다. 나는 사고라는 계기를 통해 내게 투자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즉, 나 자신을 존중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지원(월급)해주는 회사에게도 존중을 갖게 되었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이 없었다면 나는 하고 싶었던 운동도, 여행도, 맛있는 음식과 명품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회사를 다니지 않았다면 월급이 없으니 내게 투자하고자 하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회사에서 받은 월급으로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는 월급을 운동비로 사용해 다이어트에 성공함으로써 새 삶을 살 수 있다. 또 나처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월급으로 교육비를 냄으로써 자녀가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어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여행에, 누군가는 은퇴하신 부모님을 위한 효도 등 보다 큰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나를 위한 삶을 살다 보니 월급을 주는 회사에 감사함을 느꼈고, 이 감사함은 곧 회사에 대한 존중이 되었다. 그리고 나와 회사에 대한 존중을 가지면서, 타인의 시선 때문에 이 ‘존중’들을 놓치지 말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전까지 상대방을 지나치게 신경 쓰던 나는 ‘나를 위한 삶’에 맞게 내가 상처받지 않는 방법으로 회사생활에 임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나는 상대방이 나를 욕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상대를 위해 내 업무를 더 늘리지도 않았다. 회사에서 나만의 휴식시간을 만드는 것으로 힐링의 시간을 갖는가 하면 회사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등 내 삶에서 회사와 내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나간 것이다. 덕분에나는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버텨올 수 있었다.    

회사가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해 회사로 출근하자.

우리는 왜 일을 할까?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일을 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아마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이유들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행복하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회사에서 보다 인정받거나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혹은 임원이 되거나 이 업계에서 최고가 되고자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직 내가 행복하고 우리 가족들이 나로 인해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다닌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인생은 어쩌면 누군가가 그토록 누리고 싶어 했던 인생일지도 모른다. 죽음의 순간 앞에서 나는 깨달았다. 내게 주어진 많은 것들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불평 불만했던 순간들은 결코 내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특히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 대해 스트레스만 받고 힘들어했던 순간들은 내 삶의 귀중한 순간들을 좀먹었을 뿐이다. 나는 비로소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회사에 나오면서 늘 ‘다닐 만하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바꾸고 나니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달랐다.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으려면 단 10분도 소유하지 마라.”

워렌버핏의 투자 관련된 명언이다. 나는 이 말을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다르게 해석해보았다. 10년 이상 다니지 않을 것이라면 이 순간도 버티지 마라. 그렇기에 이 순간을 소중히 버티면서 10년 후에 내가 투자한 오늘의 대가를 기대하라. 장담컨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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