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도 소주도 아닌, 후레시한 커피

명동성당 옆 삼일대로 ‘로투스랩'

by SSICA


점심시간에 마시는 커피는 나에게 더없이 소중하다.

오전 시간에 열 오르는 일이 있었거나, 오후에 열 오를 일이 있는 잡혀있는 날엔 특히나.

퇴근 후에는 좋아하는 맥주를 논스톱으로 한잔 쭉 들이켤 수 있지만, 근무 중간인 점심시간엔 맥주 대신 커피다.


카페라고 하기엔 작업실 같고, 작업실이라고 하기엔 카페 같은 로투스랩. 명동 복판에서 명동성당을 지나 우측으로 돌아 남산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평평하지 않은 작은 건물 중간층에 유리 입구가 있다.


우리나라 커피계에선 방구 좀 뀐다는 사장님(귀하디 귀한 여성 바리스타!)이 열정적으로 운영하고 계신다.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포스가 몇 마디 대화로 금세 느껴지는 사장님께 평소 좋아하는 커피 취향을 말씀드리면 야무지게 알아채시고 적절한 커피를 준비해주신다. 평소 다른 카페에선 향조차 맡기 힘든 귀한 커피콩이 있는 곳이라, 이곳에선 묻따 드립 커피를 마시게 된다.



다양한 향이 선명한 원두 콩은 드립퍼에 들어가기 전부터 매력을 뿜뿜 뿜어내다가 촉촉하게 몸을 불린 뒤, 사장님이 잊지 않고 데워 내어 주시는 하얀 잔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새콤하며 산뜻한 향을 맡고 첫 모금을 맛보면, 신선한 원두가 얼마나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는지 눈썹이 이마 중간까지 올라갔다 온다.


멘솔인걸까, 피톤치드일까 싶게 개운해지는 입 안에 각종 베리향, 시나몬 향, 로스팅된 커피의 향들이 콕콕 박히면 그 만족감에 한껏 올라갔던 눈썹이 볼을 향해 내려오며 입꼬리와 만나곤 한다.


오늘은 같이 갔던 빡빡이가 드립 커피 맛을 보고 한잔 더 마시고 싶다고 하여 로투스에서는 처음으로 라떼 맛을 보았다. 얼린 커피콩을 사용하셨다고 한 것 같은데, 쌉쌀한 카카오 맛이 느껴지는 것이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라떼 맛이었다. 라떼 역시 잔을 비우고 난 뒤에도 ‘솔의 눈’이라도 마신 것처럼 입안이 개운했다. 아, 신비하도다. 커피의 신선함.



내가 육지에 사는 건지 습지에 사는 건지 헷갈릴만큼 높은 습도가 괴롭히고, 과연 이 장마의 끝이 어딘지 기상청도 모를 것만 같은 요즘.

날씨랑 정비례하여 불필요한 수선과 호들갑이 이어지는 회사 생활까지 더해져 기껏 쟁여놓았던 긍정 에너지 곳간이 비어 가고 있다. 무겁고 처지는 꿉꿉한 기분을 잠시나마 날리기엔 이만한 게 없네요 없어.


나에겐 맥주, 어떤 이에겐 소주가 주는 후레시한 기분을 건네주는 점심시간의 커피 한잔.



배 한 조각 베어먹은 듯,
후레시한 커피를 마시고
또 일상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