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커피) 라떼는 말야

굳건히 자리를 지켜주오 CHAMP COFFEE

by SSICA

용산구에서 30년을 살았던 나에게 이태원은 그야말로 고향 같은 곳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굳이 관광(?)을 나오지 않던 80년대부터 너무 핫하다 못해 흔해져 버린 지금까지도.


“이태원에서 봐.”

나랑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는 대부분의 상대가 가장 많이 들었을 문장 중 하나일 정도로 여전히 나에게 이태원은 집 앞 나와바리 같은 느낌이랄까.


2010년이 지나가며 급격히 이태원이 변하기 시작했다. 원래 있던 개성 강한 오래된 상가들이 대거 빠지고, 소규모의 업장과 대기업 브랜드가 곳곳에 들어서며 내 기억 속 이태원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나 하드코어 거리 중 한 곳이던 우사단로의 변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우사단로는 내가 몹시나 사랑하는 이슬람사원과 어렸을 때 다소 충격적이던 도깨비시장이 있던 곳. 그 우사단로 한편에 커피를 좋아하는 형제들이 챔프 커피라는 매장을 오픈했다.


챔프커피 제2작업실


우사단로에 비하자면 훨씬 다정한 동네인 이태원 앤틱 가구 거리 안쪽 골목에 2작업실이 생기며, 챔프커피라는 커피집이 본격적으로 동네방네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n년.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 등 규격화된 카페 브랜드가 엄청나게 개체수를 불리고 있던 시절. 매장 입구에서 이미 커피 향으로 게임을 끝낼 수 있을 파워를 뽐내는 곳. 아직 카페 (투어)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 챔프커피는 나에게 귀하디 귀한 커피집이었다.


향긋함이 뿜뿜하는 와중에 밀리지않는 커피 맛, 퀸즈커피


우유에 퍼져 나는 에스프레소의 맛에 넉다운될 수밖에 없는 챔프커피(Flat White)와 향긋한 퀸즈커피는 지금까지도 여타 카페에선 해결할 수 없는 독보적인 매력을 뽐낸다.


수년째 자리를 지키다 못해(최근 종이옷으로 갈아입긴 했지만) SNS에서 라떼 뚜껑으로 맹활약을 떨친 챔프쿠키 역시 한번 맛보면 그 넘쳐나는 향과 쫜득쫜득한 식감에 중독되게 만드는 앙큼쟁이인것이다.


(나의 챔프쿠키 픽은 크랜베리)


뭐니뭐니해도 결국엔, 챔프커피(플랫화이트)


이제 더 이상 이태원은 강력한 개성을 뿜지 못한 채 여타 번화가와 비슷한 분위기가 곳곳에 자리 잡아 조금 속이 상하고.

아끼는 사람과 함께 소방서를 지나 혀가 아릴 정도로 단 중동 디저트를 맛보며 이슬람사원에 올라 서울을 내려다보는 기분 역시 예전만 못하지만.


나와는 취향이 맞지 않지만, 현재 서울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꼽는 것엔 이견이 없는 을지로에 제 3작업실이 오픈하고 나니 이제는 정말 커피집이 아닌 카페 같은 느낌이 물씬 강해졌고.

형제 사장님들의 정겨운 대화로 시작되던 소박한 맛은 추억이 되었지만.


을지로의 루프탑, 챔프커피 제3작업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이태원에 가고, 이태원 거리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그대로이고.


너무 많아져서 서울 어딘가에선 커피콩을 재배해야 할 것만 같은 카페숲에서도, 여전히 그 꼬숩고 향긋한 라떼와 달콤한 풍미가 폭발하는 쿠키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라떼는 말야,
챔프커피가 체고다 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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