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로 카페 ‘바마셀’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여러 차례 지나간 길은 타짜도로에서 판테온으로 들어서는 로마의 한 골목이었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숫자가 박혀있어 도무지 감이 오지 않을 만큼 오래된 건축물이 넘쳐나던 이탈리아에서 판테온은 비교적 심심한 건물이었는데, 난 유독 판테온이 좋았다. Tazza d’Oro나 Sant’Eustachio Il Caffè에 들러 입자 굵은 설탕을 곁들인 에스프레쏘 한잔 또는 보들보들한 거품이 푸짐한 카푸치노를 마시고 난 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판테온을 향하곤 했다. 아직 입안에 남아있는 커피 향을 느끼며 비가 들이치는 판테온 천정을 올려다보고 앉아있던 순간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특별히 유명한 카페뿐 아니라 이탈리아 골목골목마다 있는 작은 Bar의 커피는 대부분 훌륭했다. 지금 인기가 좋은 오스트레일리아 스타일 커피도 물론 맛있지만, 청량함보다 부드러운 풍미를 선호하는 내 커피 취향에는 이탈리아 타입의 커피가 조금 더 우세.
물 양이 적고 풍부한 크레마의 맛을 뽐내는 이탈리아 커피는 혀에 닿는 부드러움과 후각을 자극하는 데 있어서는 단연 최고. 수용성인 카페인 기능이 아메리카노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므로 하루에 네댓 잔의 커피를 마셔도 수면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오며 가며 가볍게 들러 커피 한잔을 호로록 마시고 갈 수 있는 카페 Bar가 곳곳에 널려있다. 값도 저렴, 대부분 1유로 내외였다.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와서 그때의 맛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었다. 물론 서울에도 다양하고 훌륭한 카페가 도처에 깔려있긴 하지만, 이탈리아 Bar에서 마시는 그 맛과 비슷한 맛이 나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 피드에 '바마셀'이라는 카페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커피 향이 진동하는 하얀 벽X네이비 차양의 매장. 진녹색 테두리의 프레임안으로 들어가면 같은 색이 이어지는 내부 가운데 샛노란 Bar가 놓여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노란 Bar 위 중앙에 있는 심플한 메뉴를 들여다보면, 매장 내에서 마실 수 있는 메뉴(CLASSIC)와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메뉴(TAKE AWAY)로 나뉘어 있다.
근무하는 곳에서 도보로 20여분, 택시 타면 기본요금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여유 있는 점심시간에 방문하곤 한다. 저녁 7시에 영업을 종료하는 곳이라 점심시간을 놓치면 낭패. 이탈리아 Bar에 비해 비싼 가격이지만 국내 카페 대비 일반적인 가격에 맛은 월등하게 특출 나기에, 나는 기꺼이 상황이 가능하면 바마셀에 들른다.
주로 클래식 메뉴 중 한잔을 호로록 마시고 테이크어웨이 메뉴 중 하나를 받아 손에 들고 나오는 편. 변동 없는 심플한 메뉴 구성이지만, 갈 때마다 샛노란 Bar에서 오늘은 어떤 커피(들)를 마실까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장에서 먹는 메뉴는 각각 찰떡같이 어울리는 컵에 나오는데, 컵받침도 색상과 사이즈가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바리스타분이 꽤나 감각적이고 섬세한 분이라는 걸 식기만 봐도 짐작 가능. 클래식 메뉴에는 여타 카페에서 맛보기 힘든 메뉴가 꽤 포함되어 있으니, 방문하신 분들은 꼬옥 클래식 메뉴를 우선으로 맛보시길. (여느 카페에서 맛볼 수 있는 평범한 메뉴도 사실 맛이 완전히 다르긴 하고요)
노란 Bar에서 클래식 메뉴 중 신중하게 고른 커피를 마시고, 테이크어웨이 메뉴 중 (역시나 신중히 골라) 픽한 커피가 담긴 귀욤 돋는 바마셀 컵을 들고 룰루랄라 업된 기분으로 돌아오면 점심시간 끝. (물론 그 업된 기분이 오래 지속되긴 힘들죠.. 끽해야 30분?! 하아.. 다들 알죠? 이 땅의 많은 회사원들 화이팅~!)
나는 오늘도, 나의 행복을 위해, 나만의 종업원으로 살아갑니다.
잠시만의 행복이지만, 기꺼이-
뭘 골라도 맛있는 커피가 나오는 곳,
메뉴 고르는 재미가 쏠쏠한
Coffee Bar Bama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