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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Nov 24. 2021

믿음을 검으로 의심을 방패로, 전진

영화 메기 Maggie, 2018

‘메기’에 대해서라면 하고픈 말이 넘쳐나서 글을 쓰는 것을 한참 동안 미뤄왔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도 찾아볼까 했던 적이 있을 만큼 나에게 이 영화의 임팩트는 컸다.






사실은 없다. 사실은 늘 그것과 관계된 사람들에 의해 편집되어 만들어질 뿐.

나 역시 “내 기억이 사실이 아니라고?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는데!”라는 생각에 대해 어느 정도 유연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당시의 내 컨디션과 그것에 대해 말을 꺼낼 때의 상황들이 한 톨도 붙지 않고 완벽하게 기록 가능한 경험이 저장된 적이 과연 있기나 했었을까.


어른의 삶이란 오해를 견디는 일이라지만..

귀에서 흡수된 메기 목소리(천우희)의 이 문장은 빠르게 내 몸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만 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자 그대로의 담백한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얼마나 귀한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순간 저 문장 뒤에 숨어있는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헤아리고 나름대로의 추측으로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때마다 상당수의 오해가 발생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 특별난 예민함과 총명함이 마련되어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오해가 오해인지 짐작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솔직하기만 하면 답일까. 아니. 그래서 힘든 거다. '적당히'란 단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우리 삶에는 너무나 자주 '적당히'가 등판한다. 적당하게 유지하며 버텨내어야 하는 것, 인간관계.




씽크홀

마음속 바닥 부분이라 내어놓기 몹시 부끄럽지만, 메기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씽크홀 얘길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와 아프게 인연이 끊어진 몇 명을 죽었다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상처를 줄이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고..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사고로 가장 적당한 것. 내 머릿속인데도 굳이 굳이 누구와의 관계도, 가해자도, 예고도 없는 심플한 사고로 떠올린 것, 바로 씽크홀이었다. 나의 심연에는 어느 날 갑자기 씽크홀에 빠져서 사망 처리가 되어있는 몇 명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곳곳에 파여있는 구덩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는 요령이 아주 조금 생긴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피하지 못한 구덩이에 빠지는 시간은 찾아온다. 구덩이에 빠졌을 때 결국 빠져나와야 하는 것은 '나'였다. 그 안으로 누굴 끌어들이거나 다른 길을 궁리해봤자 구덩이 안에서의 시간만 길어질 뿐. 머릿속이 시끌시끌한 심리 성장통을 겪으며 배운 것 중 하나.




바로 코앞까지 와있는 폭력

혼란한 윤영에게 성원이 "만약 너도 오해를 부풀리고 있다면 바늘로 찔러주고 싶다. 안 아프게."라고 말하는 순간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1도 없는 그의 영혼이 쨍하게 와닿았다. 억울한 말투로 무장하고 폭력을 행했던 지나간 인연의 순진한 눈매가 떠올라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냈다.






모든 것이 불안한 채 시간이 흐른다.

평온함보다 불안함이 정상 값이라고 인정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 인정을 시작으로 내 안의 편안함이 늘어났다. 편안함이 앞으로 더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알 수 없지만 뭐 상관없다. 그저 원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이 최선임을 알고 있다.



믿음을 검으로 의심을 방패로, 전진




메기 Maggie (2018)

한국 미스터리, 코미디

(감독) 이옥섭

(출연) 이주영, 문소리, 구교환, 천우희, 박경혜, 권해효, 박강섭, 던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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