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월 사가-나가사키 여행
올 겨울 서울 기준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 새벽.
나의 동반자 캐리어와 함께 인천을 향했다. 이번 여행을 함께하는 동지들은 나 포함 3명. 나와 나머지 둘은 각각 해외여행을 함께한 적이 있었지만, 3명이 가는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목적지 역시 처음 가는 곳.
‘사가’는 이번 여행 전까지 들어본 적 없는 지역이었는데, 정말 작고 귀여운 공항에서부터 이 작은 도시의 분위기를 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첫날 숙소 역시 신선! 사찰 안에 있는 별채를 빌려주는 곳을 예약했는데, 공항버스가 내려준 역에 사찰 주인(=스님)이 차로 픽업을 나와주셨다. 스님이 운전하는 전기차를 타고(그야말로 모든 것이 첫 경험, 리러럴리) 사찰에 도착. 생각보다 넓고 쾌적한 곳이었다.
짐을 두고 숙소 바로 옆 마트에서 야식을 위한 장을 봐두고, 동네 구경 겸 저녁식사를 위해 나섰다.
아, 평화로와
이 문장을 최근 내가 여행할 때마다 뇌 속에서부터 끌어와 내뱉고 있는데, 아마 근래 내 기분을 가장 좋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평화 인가보다.
타운 중심가 구경을 마치고, 작은 동네 이자카야에서 첫 번째 식사를 했다. 그릴에 구운 닭고기와 야채를 넣고 끓인 도리나베가 특히 매력적. 식사 중간 과음한 노인 한 명이 들어와 우리 무리를 향해 주접을 잠시 떨었는데,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두 명의 주인이 정말 너무 미안하다 사과를 했다. 정작 우리는 “저런 답 없는 할아저씨들 한국에도 잔뜩 있어요, 이해합니다. 걱정 마세요.”였는데, 주인들은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며 거듭 사과를 한다. 혹 서울 여행하게 되면 종로 3가엔 가지 마시길.
부른 배를 달래며 숙소에 돌아와 미리 장 봐둔 사시미와 맥주를 마시며, 첫날밤을 보내줬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일본의 다다미 바닥은 정말 정말 차디찼다. 호기롭게 히터를 끄고 잠을 자기로 결정한 우리는 새벽에 각자의
고통을 견디고 둘째 날 아침을 맞이했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쇼핑몰에 들어가 귀여운 것들을 조금 사고, 사가에서 제일 인기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라멘집에 들어가 라멘과 교자를 먹고, 좋은 품질의
커피를 사용하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우아한 산미가 풍부한 커피맛이 마음에 들어 드립백을 세 개 구매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맘씨 따뜻한 스님이 또 부러 시간을 내어 우리를 역까지 데려다주었다. 사가공항에서 인천 직항이 생겨서인지 인천 인근 갈만한 곳을 궁금해하셔서 몇 곳 추천을 하다 보니 금방 역에 도착했다.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역으로 들어갔다. 우린 기차를 타고 짬뽕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그곳, 나가사키로 간다. 인터넷에서 예매하고 온 기차티켓은 어제 공항버스하차 후 미리 수령을 해두었다.
가보자고, 나가사키로!
호기롭게 게이트를 향하여 진입하고 2분 후, 우린 다시 게이트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 역무원과 마주하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