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투키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어둑한 하늘에 은은한 달빛이 선명히 빛나기 시작할 때, 밤의 기온에 촉촉이 젖은 공기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것은 기분이 상쾌한 일이다.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밤에 나갈 때면 밤에 듣기 좋은 음악을 들을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든다. 야심한 밤에 뜬 달의 인력이 나를 끌어당기는듯하다. 고민도 하기 전에 본능이 밖으로 나가길 원하는 것이다. 우선 나가기 전에 복장을 체크해야 한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지만 그렇다고는 너무 춥지는 않다. 그래서 덥지도 춥지도 않을 따듯한 복장을 갖춰야 한다. 복장을 갖추고 처음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를 몸으로 느끼고 나면 내가 옷을 잘 갖춰 입었고 자전거와 함께 밤의 여로를 헤칠 준비가 됐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나간 동네 하천에는 도시의 네온 빛을 수채화처럼 비추는 물결이 일렁인다. 개울천 냄새가 머릿속을 환기시키며 도시와 자연 사이에 들어온 것임을 인식하게 한다. 이어폰을 꼽고 내리막에서 가속을 받으며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음악 선곡은 밤에 달리기 위해 만들어놓은 플레이 리스트에서 랜덤 재생을 한다. 나에게 이제 선택권은 없다.
음악이 틀면 자전거의 속도에 맞춰진 나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 순간에는 오직 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페달을 밟으며 느껴지는 허벅지의 통증과 피부로 느껴지는 날씨의 촉감, 그리고 미세하지만 분명히 들리는 밤의 속삭임들이 내 오감을 자극한다. 체인이 감기는 소리와 귀뚜라미 우는소리가 동화된다. 음악을 듣고 있어도 자연의 속삭임은 왠지 모르게 느낄 수 있다.
싱싱한 밤공기를 가르고 있으면 눈가엔 밤이슬이 고이기 시작하고 적당한 그리고 기분 좋은 피로가 생기기 시작한다. 기분 좋게 시린 눈... 일을 할 때나 공부를 할 때와는 다른 기분 좋은 시림이다. 이 시림이 눈가와 눈 밑을 자극할 때 생기는 감각은 내가 한줄기 빛이나 별이 되어 어둠을 가르는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차갑고 신선하지만 짙게 깔린 것… 그러한 것을 가르게 된다..
계속 달리고만 싶은 마음이 들지만 너무 멀리 온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도 든다. 눈앞에 펼쳐지는 오늘따라 새로운 풍경에 흥미를 기대며 나는 저절로 페달을 밟고 있다. 길은 눈길이 가는 곳으로 정한다. 멀리 떠날 때는 돌아오는 길을 걱정하지 마라. 그럼 언젠가는 떠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달리고 싶은 만큼은 달려야 한다.
그렇게 앞을 향해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에 끝낼지 고심하게 된다. 기준은 시시각각 변한다. 저 다리까지만... 저 건물까지만... 다음 역까지... 하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하면 라이딩을 끝내기 아쉬워진다. 망설이는 사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리듬대로 움직이는 페달은 이미 다음 기준점을 항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끊임없는 세계의 연장이 시작된다. 오늘따라 아름다운 곳을 놓치면 분명 후회할 테니까.
하지만 내 시시각각 느껴지는 내 몸의 무게가 귀향을 바라면 나는 다시 자전거를 집 쪽으로 돌려야 한다.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언제까지 떠다닐 수는 없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금 일상으로의 회귀가 시작된다. 감성과는 살짝 다른 우울이 섞인 현실적인 몽상… 나는 그래서 나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모두의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이 있기에 이상이 있고, 집이 있기에 여행지가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