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탑 서평

RG 서평 공모전, 바티스투키

by 글도둑

현진건은 운수 좋은 날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작가이다. 그가 써낸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는 한국문학 최고의 명대사 중에 하나로 꼽힌다. 무영탑은 츤데레의 원조라고 불리는 김첨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한국 문학 불후의 명대사를 남긴 현진건 작가의 작품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그의 문학은 리얼리즘에 입각한 현실을 그린 단편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장편으로 남긴 것은 역사 소설이었다. 무영탑은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아사달 전설을 모티브로 쓰인 소설이다. 아사달 아사녀 전설은 우리나라의 이야기 중 가장 가슴이 애달픈 이야기다. 현진건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드라마틱 한 요소를 추가하였고, 애절한 서사에 설득력을 불어넣어 더 풍부하고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신라의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리는 권문세족의 갈등과 석가탑을 향한 아사달의 예술혼, 아사달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삼각관계 등이 책의 흐름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신라의 달밤을 그대로 옮긴 듯한 아름다운 문장은 한국 문학이라서 느낄 수 있는 혜택이다. 무영탑이 그리는 감정은 애절함이다. 애절함의 감정을 현진건은 시적인 표현과 사실적인 표현을 곁들여 효과적으로 그리고 가슴 저리게 표현한다.


현진건은 글쓰기의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일이오. 살을 내리는 일이다. 펜을 들고 원고지를 대하는 게 무시무시할 지경이다. 뜻대로 그려지지 않은 무딘 붓끝으로 말미암아 지긋지긋한 번민과 고뇌가 뒷덜미를 움켜잡는다.’ 무영탑은 이러한 완벽한 글을 추구하기 위한 고통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현진건의 이러한 고뇌 속에서 탄생한 무영탑은 예술적인 문장과 극 중에 몰입하게 하는 심리묘사, 빈틈없는 서사가 조화되어 독자에게 문학으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소설의 흡입력과 이에 동반되는 문장의 예술성이 순식간에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재미 역시 놓치지 않는다. 정말 잘 쓰인 소설이란 게 느껴졌다. 해방 전후 누린 한국문학의 전성기는 수많은 명작을 낳았다. 무영탑 역시도 이러한 명작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 한국문학의 보배이다. 현진건의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써 내린 무영탑. 그의 노력은 현재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인해 결코 헛되지 않았다. 여러분들도 무영탑을 통해 한국 문학의 전성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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