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정으로 꿈꾸는 초록색 불빛은?

<위대한 개츠비>

by 박한희


교실 한구석에서 얼굴도 거의 모를 만큼 항상 엎어져 자는 아이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처럼 교실 문을 들어서니 문득 그 아이가 일어나 있었다.

“웬일로 오늘은 눈을 떴네?”

슬며시 다가가 놀란 척하며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본인은 오로지 고등학교 졸업장만을 목표로 학교에서는 항상 자고 하교 후에는 배달 부업과 아르바이트로 떼돈을 번다며 나에게 현재 자산이 얼마 있는지를 통장을 보여주며 너스레를 떨며 자랑한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있는 거야?”

“누구나 꿈은 있겠지요. 하지만 언제 여유 있게 꿈을 쫓아갈 수 있을까요. 현실은 도와주지 않아요. 이대로만 우선 파도에 쓸려가는 대로 돈과 씨름하고 타협하며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개츠비는 불가능한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던졌지만 우리 아이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타인으로부터의 시선 때문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꿈의 크기를 줄여버리거나 없애버리고 돈만을 위해 쫓아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숨에 부를 쌓아 데이지에게 닿으려 했던 그의 조급함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긴, 그래서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아이들의 불안과도 닮아있을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어쩌면 개츠비의 헌신적이고 순수한 사랑은 요즘 말로 ‘가성비가 현저히 떨어지는 무모함’으로 비쳐보일 것이다. 실제로 그들이 현장 실습을 하며 마주했던 것은 고된 노동과 낮은 처우였을 것이고 미리 경험해본 전문 직업의 세계가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돈만 벌면 장땡‘이라는 냉소주의 입장에서도 크게 변명해주거나 해줄 조언이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성화고 교사로서 나는 아이들이 ‘현실적인 타협’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히지 않기를 바래보았다. 비록 결과가 개츠비처럼 비극적이더라도 한번쯤은 무모하게 자신의 ‘순수한 욕망과 꿈’을 향해 달려보는 경험이 인생에 필요하지는 않을까. 오랜만에 일어난 그 아이의 수다와 주변 아이들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오냐오냐 들어주면서,

"그래,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현실적인 일상과 답답한 수업보단 그들의 힘든 인생 한토막을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 스트레스 해소가 되었겠지"라며 기분좋게 교실 문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