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보이는 꽃들이 하루가 다르게 활짝 피어간다. 어제 오후만 해도 꽃봉오리로 가득했던 나무는 하루 새 뭉게뭉게 꽃을 피웠다. 이파리도 돋아난다. 파릇파릇, 초록초록. 저마다 따뜻한 햇살을 받고 연둣빛 해맑은 새순이 고개를 내민다. 봄이라고, 봄이라서. 나무들은 겨우내 다물었던 침묵을 깨고 따뜻함을 만끽한다.
문득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봄에 깨어나는 꽃처럼 돋아나는 새순처럼 나도 이제는 피어나고 싶다. 돋아나고 싶다.
이사를 와서 오랜 시간 너무 가만히만 있었다. 최소한의 움직임, 최소한의 집안일만 하면서 글도 쓰지 않고 읽지도 않았다.(책은 조금 읽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움직이기 싫다는 생각만 하며 무기력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가뒀다. 그저 이사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 아무도 없는 이곳으로 와서 그런 거라고, 외로워서 그런 거라고 움직이지 않아도 될 이유를 만들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갔다. 나는 항상 겨울 속에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밖에서는 꽃이 폈다. 벚꽃이 피어 파란 하늘에 분홍색 물결이 퍼지게 했다. 벌써, 벌써 봄이리니. 나만 여태 겨울 속에 있었구나. 나만 꽁꽁 싸매고 있었구나.
집 앞에 쭉 늘어선 벚꽃 나무들을 찬찬히 바라보니 나에게도 조금씩 봄이 찾아온다. 이제는 나도 피어나봐야지. 돋아나봐야지. 움직여봐야지. 글을 쓰고, 읽고, 다시 써봐야지.
문구점에 가 샤프 한 개를 샀다. 오래되었지만 쓰지 않고 있던 노트를 꺼내 다시 일기 쓰기를 시작할 생각으로 값이 조금 나가지만 마음에 드는 걸로 구매했다. 샤프와 노트를 챙겨 따뜻함을 머금고 피어나는 꽃들처럼 나도 매일 쓰는 날 만들어야지. 우울함을 떨치고 무기력을 버리고 자꾸 따뜻해져야지. 매일 피어날 수 있게.
이 설레는 봄이 내 안에서 만큼은 오래 머물 수 있기를. 이제는 만개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