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글씨 일기

by 문선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쯤이면 노트와 샤프를 꺼내 일기 쓰기를 시작한다. 자기 전에 쓰려니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남편과의 짧고 소중한 밤대화시간(간식도 먹고 티비도 본다)을 줄일 수는 없어서 이렇게 늦은 오후에 쓰기로 했다.


작년에 글을 쓸 땐 무조건 컴퓨터로 썼다. 글을 쓰다가 저장하기도 간편하고 잘못 쓴 부분을 고치기도 편하니 당연히 컴퓨터로만 글을 썼다. 그랬던 내가 며칠 전부터는 컴퓨터대신 노트를 펼치고 키보드대신 샤프로 손글씨를 쓴다. 노트북은 꾹 닫아놓은 채 말이다.


노트와 샤프로 손글씨를 쓴다는 건 의외로 편하다. 잘못 쓴 부분은 지우개로 슬슬 문질러 지우면 되고 컴퓨터 부팅시간 없이 책상 위 노트를 펼치기만 하면 글을 바로 쓸 수 있어 좋다. 또 손글씨로 일기처럼 자주 쓰다 보니 꼭 오늘 글 하나를 완성시키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쭉쭉 쓰게 된다. 노트북에 쓸 때는 글 하나에 며칠씩 걸릴 때도 있었는데 말이다.


어제도 오늘도 둘째 아이의 학교 방과 후 공개수업으로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이는 엄마가 학교에 왔다고 신나 하며 더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오전에는 아이들 반찬도 만들어놓고... 이렇게 바쁜 와중에 조금이나마 글을 쓸 수 있는 건 컴퓨터보단 진입장벽이 낮은 노트와 샤프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이렇게 조금이나마 글을 써놓은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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