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였을까
재작년 여름. 우리 집에 오게 된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이름은 솜이. 이름처럼 털이 하얗고 복슬복슬했던 강아지다. 남편의 직장동료의 집안사정으로 더 이상 키울 수가 없어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사람 좋아하고 잘 따르고, 눈치 보며 행동하던 똑똑한 솜이. 그런 솜이는 우리 집에서 1년을 살고 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솜이와 함께했던 시간은 짧지만 추억은 많다. 매일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며 함께했던 산책길에서의 솜이, 우리 가족 함께 공원에 놀러 갔던 일, 솜이가 유난히 좋아하고 따랐던 친정아빠와의 시간까지. 솜이가 떠난 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집과 동네 곳곳에서 솜이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솜이는 선천성 신장 기형으로 우리 집에 온 지 1년이 거의 다 되었을 때 증상이 발현되었다. 그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어 아픈 줄도 몰랐는데 뒤늦게 병원에 가니 태어났을 때부터 아팠던 아이라 오랜 시간 아픔을 숨기고 있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아픔에 익숙해져 더 잘 참아냈을 거라고.
솜이는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고도 신장수치가 정상범위까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약을 쓰며 계속해서 노력한다 해도 언제까지 살아줄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우리는 퇴원을 결정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퇴원하고서 얼마간은 이전보다 더 좋아진 솜이의 모습이었다. 밥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는 모습에 한시름 놨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 약을 먹이고 병원에 데려가 수액도 자주 맞혔지만 곧 발작증세를 보이고 밥을 먹지 않았고 그다음엔 물을 먹지 않았다. 죽음이 임박해 온 것이었다.
솜이의 마지막 날을 잊지 못한다. 새벽에 일어나 거실로 나온 나를 보고 힘차게 흔드는 꼬리와 휘청휘청하는 발걸음으로 나에게 힘겹게 걸어오던 솜이. 기운 없는 와중에도 반갑다고 나에게 오는 모습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안타깝고 불쌍한 솜이. 솜이는 그날 오전 무지개다리 건너 좋은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우리 집에서의 1년이 행복했기를 바란다. 짧은 생이었지만, 가여운 생이었지만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갔길 바란다. 사람도 마지막 순간에는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와 같은 좋은 말만 하게 된다고 하던데. 솜이 또한 마지막 가던 순간에 나에게 보내는 눈빛엔 따뜻한 말이 한가득이었다. 너의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이젠 편히 쉬길, 아프지 않길 바란다. 하늘나라에 간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이 아픈 나를, 마냥 미안한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