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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반 Aug 14. 2020

영화 <더티 댄싱>, 영원히 기억될 한여름 밤의 꿈

Now I've had the time of my life
지금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에요
No, I never felt like this before
아니, 태어나 처음 느끼는 감정이죠
Yes I swear it's the truth
네 정말 맹세해요
And I owe it all to you
모두 당신 덕분이죠


인생 최고의 순간은 언제일까? 아니 그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적어도 분명한 건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여름 밤의 꿈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오베론의 숲속처럼

베이비라고 불리는 프란시스 하우스먼은 의사 아버지의 친구가 운영하는 켈러만 산장으로 가족 휴가를 떠나게 된다. 따분한 춤과 사교 모임이 어색한 베이비는 우연히 산장 종업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댄스 파티에 가게 된다. 지루한 음악을 들으며 정해진 파트너와 재미없는 춤을 추는 산장과 달리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자유롭게 원하는 춤, 일명 '더티 댄싱'을 추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베이비는 그곳에서 댄스 교사인 자니와 파트너 페니가 추는 춤을 보고 흥미를 느낀다.



그러던 중 페니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임신중절 수술비가 없어 고민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베이비는 아버지에게 불법적인 일은 아니라는 거짓말로 돈을 빌려 페니에게 건네고, 페니를 대신해 자니와 댄스 공연까지 나가게 된다.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베이비는 매일 산장을 벗어나 자니에게 춤을 배운다. 현실을 떠나 춤을 배우러 가는 베이비의 모습은 셰익스피어 희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원치 않는 결혼을 피해 숲속으로 도망친 네 명의 주인공을 떠오르게 한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숲속처럼, 베이비는 원하던 춤을 배우고 자니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바뀌지 않는 건 없다.

세상이 더 좋은 곳으로 바뀌길 바라는 베이비는 옳은 일을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수술비가 없어 고민하는 페니를 위해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고, 페니가 수술 후 사경을 헤매자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게 됨에도 불구하고 의사인 아버지를 불러온다. 그런 베이비는 항상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기만 하는 자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니는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원치 않는 춤을 준비해야 하고, 자신을 오해하는 베이비 아버지의 앞에서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그런 자니에게 베이비는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베이비의 신념이 무너지는 상황이 자꾸만 발생한다. 아버지는 자니가 댄스 교사라는 이유로 편견을 갖고, 페니를 임신시킨 사람이 자니라고 오해한다. 설상가상으로 자니는 지갑 도둑으로 몰리기까지 한다. 자니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베이비는 자신이 자니와 함께 있었음을 고백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결국 자니는 댄스 교사를 그만두고 산장을 떠나게 된다.



바뀌지 않는 현실에 낙담한 베이비를 일으킨 것은 자니였다. 베이비의 지난 행동들은 의미 없지 않았다. 그 모습이 자니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베이비는 구석에만 있으면 안 돼'라는 말과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간 자니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원하는 노래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춤을 춘다. 베이비 역시 베이비가 아닌 프란시스 하우스먼이라는 진짜 이름을 되찾는다. 따분하고 점잖은 춤만 추던 산장에서 모두가 자유롭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꿈은 이루어졌다. 구석에만 있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베이비의 말처럼 세상을 바꾸려면 맞서 싸워야 한다.




영원히 기억될 한여름 밤의 꿈

자니와 베이비는 살아온 환경도, 살아갈 환경도 다르다. 댄스 교사로 언제 짤릴지 모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니와 의사 아버지 밑에서 대학교를 다닐 베이비의 미래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아마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어쩌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라질까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라질 순간이기에 더 소중하고, 그렇기에 더 최선을 다해 즐겨야 한다. 어쩌면 평생토록 기억할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일지 모르니까. 그럼 또 모른다. 숲속의 요정들이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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