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작가 Jul 21. 2024

추억의 일기장, 키가 크고 특출난게 없던 아이



귀여운 옛 일기장을 오랜만에 발견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터 차곡차곡 모여져 있는 일기장은 어느날은 나의 하루를 꾹꾹 눌러담기도,

어느날은 쓰기 싫은데 숙제라서 억지로 한 게 팍팍 느껴진다.


선생님을 향한 순수한 8살의 편지, 키우던 오리를 친구에게 주면서 슬펐던 이야기,



화장실의 똥을 보고 충격먹은 아이,

회장선거 당선의 감격과 어린아이의 무게감



내가 좋아하는 갈치를 사러 가느라 자리를 비운틈에

도둑이 들어 엄마아빠에게 죄송해서 자책하며 세상에서 두 번째로 슬펐다고 하는 9살 아이의 이야기까지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그대로 적혀있다. (첫 번째 슬픔은 무엇인지 그때의 나에게 정말 궁금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키가 커서 항상 뒤에서 두 번째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발육이 늦게’ 이루어지는 남자애들보다 키가 컸다. 방학이 지나고 나면 성장기의 남자 아이들은 키가 조금 자라니 "니가 더 크다" "내가 더 크다" 누가 더 키가 큰 지 재면서 놀리고 놀곤했다.


큰 키에 마른 체형도 아니었던 내가 종종 내가 거인(?) 같이 느껴졌다. 어린 마음에 나와 다른 마르고 작고 하얗고 귀엽고 예쁜 여자애들이 부러웠다. 키가 컸지 아기자기 외모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인 돼서 보니 큰 키가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나는 피아노를 꽤 오래 쳤는데 노래를 들으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금방 기억하고 

음을 금방 익혀 악보를 잘 읽을 줄 몰랐지만 연주를 했다. 음악을 좋아했고 재능이 있는 줄 알았다. (개뿔)

특별히 연주하기 좋아하는 음악은 쇼팽이었다. 지금은 듣기만 좋아한다.



이것저것 잘 하고 공부도 상위권 이었던 편이라 선생님, 친구들이 ‘팔방미인’이라 했는데 지금보니 뛰어난 게 없는 것이 참 슬프다. 책보다는 친구를 좋아했고 특별히 글 쓰는 걸 좋아하진 않았는데 엄마, 친구들이랑 편지 주고 받는걸 좋아했다.



단어가 생각 안나지만 "글씨 잘 쓰는 상"도 받았었는데 공부를 해야하고 타자기에 익숙해지며 글씨 쓰는걸 싫어하면서 부터 악필이 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보다 나의 글씨체는 훨씬 타락했으니 말이다.



활발한 성격에 친구가 많은 편이었다. 의사, 선생님, 피아니스트, 외항사 승무원 등 꿈이 많았고 자주 바뀌었다. 최종은 중고등학교때 호텔리어에 꽂혀 그렇게 되었다. 조금씩 입시와 사회에 찌들었고(?) 어느 순간 맨날 친구랑 약속 잡던 E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I가 되었다.




어린 시절 TV에서 파란 수영복을 입고 왕관을 쓴 “미스코리아”가 멋있어 보여 168cm까지 키가 자라길 바랐다. (단순 바람이었으며 따로 노력한 건 없다. 편식 없이 고루 다 잘 먹은 것뿐 이다)

키가 크느라 자주 다리가 아팠다. 13살 초 6 때 키가 167cm가 되어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다 싶었다.



중학교 3학년 169cm가 되었고, 계속 요가를 하니까 20대 중반인데도 매년 0.5~1cm씩 야금야금 더 컸다. (측정하는거에 따라 다르기에 그게 아닐까? 했지만 정말 크는 거였다.)



‘언제까지 크는 거냐.. 이제 그만 커라..’ 했는데

다행히(?) 172cm 에서 키는 멈춰주었다.  



키는 멈췄지만 앞으로도 성장은 멈추지 않길 바라며,


되돌아 보는 소중한 추억의 성장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