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사색

여름밤

by hallasaan











밤과 사색



해가 떨어지고 기온도 떨어졌다. 여름은 여름이어도 아직은 초여름이어서 선풍기 날개나 에어컨 필터 청소는 좀 더 미뤄도 될 것 같았다. 창밖의 지평선을 가린 방풍림이 군무를 추듯 흔들리고 곧 얼마지 않아 초여름밤의 식은 공기가 창을 넘어 불어 들어왔다.

밤공기란 늘 사람을 센치하게 만들곤 하지만 이맘때의 밤공기란 가슴 구석의 어딘가를 들뜨게 하기도 했다. 그건 4월 즈음의 콧잔등을 간지럽히는 바람과는 또 다른 것이다.

그때는 그토록 뜨겁게 타오르던 맘이었는데, 불꽃처럼 환하고 뜨거운 그것이었는데. 왠지 이런 밤에는 그 일들은 더 이상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섭씨 8도 정도 떨어진 공기처럼, 파란 밤처럼, 이제는 다 식어버려서 마치 담담한 기억들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곧 열대야가 시작되면 또 터질 듯한 가슴 때문에 새벽을 달려야겠지. 여긴 동이 트기 전 성에가 끼는 새벽과 열대야 사이의 섬.

이제 얇은 여름 이불을 꺼내야 하나, 아직은 추운 새벽에 감기에 걸릴 것 같기도 한데.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나는 아직은 장롱을 열지 않고 그냥 눕기로 했다. 하지만 난 이런 시기가 사실은 감기에 걸리기 가장 좋은 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림을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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