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ntory Is Not Numbers
폐업을 결심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생각을 정리하거나 법적 서류를 꺼내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창고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지난 10년 동안 내가 직접 고르고, 만들고, 세상 사람들에게 사달라고 설득해 온 물건들이 있었다.
어떤 것들은 내 생계를 충실히 책임져주었고, 어떤 것들은 끝내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런 구분이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물건이 내 손을 거쳐 갔고, 진정한 의미에서 그들은 모두 나의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하며 가장 무서운 순간은 물건이 팔리지 않을 때가 아니다. 팔렸는데, 물건이 없을 때다.”
나는 이 진리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이 직접 재고를 입력하던 시대를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재고 관리는 ‘손’으로 하는 일이었다.
아마존에 10개 입력하고, 엣시에 10개 입력하고, 월마트에 10개 입력하고… 상품이 10개일 때는 그럭저럭 할 만했다. 하지만 상품이 100개가 되고, 판매 채널이 네다섯 개로 늘어나면 이 일은 차원이 달라진다. 하나만 잘못 입력해도 어디선가 주문이 들어오고, 그 주문이 실제 재고보다 많으면 그 순간부터 비즈니스는 무너진다. 나는 그 시대를 직접 겪었다. 그래서 내가 내 사업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구축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시스템을 먼저 만들었다.
나는 인벤토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 곳에 마스터 데이터를 두고, 그 숫자를 각 스토어로 자동으로 보내는 구조. 전문 용어로는 재고 동기화 시스템(Inventory Synchronization)*이라고 한다. 마스터에 숫자를 입력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각 플랫폼의 정확한 상품에 같은 숫자를 업데이트한다. 나는 이 구조를 먼저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상품 수를 늘렸다. 왜냐하면 재고가 통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상품을 늘리는 것은 기초도 없이 건물을 올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숫자 뒤에 숨겨진 흔적들
이번 마지막 재고 점검은 “몇 개가 남았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화면 속 숫자였던 것들을 다시 실물로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박스를 열고, 물건을 손에 쥐었다가 내려놓을 때마다 기억들이 따라왔다.
어떤 제품은 상품 촬영을 하던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조명이 갑자기 퍽 하고 꺼져버렸던 순간. 스튜디오 한쪽에 서 있던 나는 잠시 멍해졌다. 촬영을 멈출 수는 없었다. 정신없이 현장을 정리하고 급한 대로 촬영을 이어갈 수 있는 대체용 조명이라도 찾기 위해 나는 곧바로 홈디포(Home Depot)로 향했다. 전문 장비가 있을 리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뭐라도’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매장 복도를 헤매며 조명을 고르던 그날의 공기, 조급함, 그리고 책임감이 물건을 손에 쥐는 순간 다시 되살아났다.
또 다른 물건은 끝내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먼지를 뒤집어쓴 모습 그대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무게는 단순한 재고의 무게가 아니라 내 선택의 무게였다. 재고를 정리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물건과 작별하는 일이 아니다. 그 물건들과 함께 보낸 시간, 그리고 내가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이다.
모든 것을 멈추기로 했을 때, 나는 이것이 ‘끝’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곳에 서서 나의 재고들을 다시 마주하며 깨달았다. 이것은 결코 끝이 아니었다. 내 인생의 업(業)을 처음으로 온전히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업을 움직이게 했던 다음 요소가 있었다. 시스템.
*주석 — Inventory Synchronization (재고 동기화)
여러 판매 채널(아마존, 엣시, 월마트 등)의 재고 수량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 동시에, 일관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구조. 어디서 주문이 발생하든 재고가 즉시 차감되어 “팔렸는데 없다”는 사고를 구조적으로 막아주는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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