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ing Go
상품을 정리하는 일은 언제나 숫자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렸다. 창고 한쪽에 조용히 놓여 있는 상품을 바라보면 늘 같은 생각이 스쳤다. “혹시 내일은 팔릴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그 작은 기대와 미련이 결정을 늘 늦추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머뭇거림은 상품을 살리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묶어두는 시간이라는 것을.
할인은 마지막 수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재고 정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할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그 방식을 쉽게 쓰지 않았다. 할인은 매출을 만들지만 상품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방식이기도 했다. 할인을 반복하면 고객은 빠르게 학습한다.
“아, 이건 안 팔리는 물건이구나.” “지금 안 사도 돼.” “조금만 기다리면 또 할인하겠지.”
그 순간 상품의 가치는 가격보다 먼저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할인을 ‘정리의 기술’이 아니라 ‘정리의 마지막 단계’로만 사용했다.
움직이지 않는 상품을 마주할 때
아무리 손을 봐도, 사진을 바꿔도, 설명을 고쳐도, 광고를 돌려도, 끝내 움직이지 않는 상품이 있다. 그럴 때는 붙잡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해야 했다. 정리는 손실을 확정하는 일이 아니라 흐름을 다시 열기 위한 결단이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다음 흐름을 위한 준비였다. 그 결정을 내릴 때마다 마음 한쪽이 조용히 저릿했지만, 그 저릿함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내려놓음의 기술
어떤 상품은 오래 함께했고, 어떤 상품은 잠깐 스쳐갔다. 어떤 상품은 나를 먹여 살렸고, 어떤 상품은 끝내 단 한 번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모든 흐름 속에서 나는 하나의 사실을 배웠다. 상품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때로는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실패를 인정하는 일이 아니다. 흐름을 다시 만들기 위한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그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상품을 정리하는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세계를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내 손으로 고르고, 만들고, 붙잡고, 보내던 그 작은 우주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
그런데 정리를 끝내고 나니 그 너머에 또 다른 흐름이 보였다. 내가 아무리 잘 준비해도 내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세계. 그 세계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를 향해 열리고 있었다. 그것은 플랫폼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족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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