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반인으로 살아남기

갓반인이 욕이 되는 곳에서

by 갓반인

갓반인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아마 대부분 추측하시겠지만 갓+일반인 이라는 뜻입니다. 평범의 기준이 너무나도 가혹한 한국에서 갓반인이라니 누군가에겐 장래희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의 제 희망사항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잘한다와 잘~한다는 차이가 있지 않겠습니까? 일반인이라는 말이 (우리와 같이)특별하지 않다는 말로 조롱하듯 사용될 때에는 어찌나 듣기 싫던지요.


갓반인. 갓반인. 갓반인. 특정 상황에서는 호그와트에서 홀로 머글인 사람, 무언가를 덕질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을 갓반인이라 부르는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듣지 않더라도, 홀로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상황을 볼 때에는 제 마음까지 시리더군요.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자기 밥그릇 걸린 일 앞에서는 응당요. 실적이 부진한 사람,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 이게 왜 안 되지? 싶은 일을 하루종일 붙잡고 있는 사람은 무시당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사가 어찌 되었든 그것은 개인이 해결할 일이고, 힘든 일이 있든 그 어떤 일이 있든 스스로 해결하고 회사까지 끌고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제가 될 줄은 모르고요.


전혀 관심이 없는 도메인에, 전혀 원하지 않는 직무에, 전혀 연고가 없는 곳에서 팔다리가 모두 묶인 채로 일하게 되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 1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시퍼런 눈을 뜨고 쟤 또 실수하네 역시 갓반인이라고 말하는 곳에서 모래 주머니를 차고 일하는 심정이었으나, 그간의 제 행태를 되짚어보며 벌을 받는 것인가 하는 심정으로 참회하듯 버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매일 나는 쓰레기라는 생각으로 살다보니 병이 나더구만요. 무엇을 해도 기쁘지 않고 나의 미래가 기대되지 않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만 남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이제는 더이상 이 상황에 저를 방치하지 않고자 탈출기를 기록하려고 돌아왔습니다.


1. 원하지 않는 직무를 강제로 수행해야 하는 점

2. 돈만 보고 선택한 도메인에 도무지 애정이 가지 않는 점

3. 1,2의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점

4. 나의 상황은 깡그리 무시한 채 타인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나를 '민폐'라고 생각하고 있는 점


그렇다면 이제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그것을 얻으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무엇을 감수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일단 스스로를 이해하고 사랑해 보려고 합니다. 새해에는 조금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