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2024.12.23. 월요일의 기록

by 허건

8월과 크리스마스.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다. 내게 크리스마스는 늘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시놉시스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 시한부 판정을 받지만 일상을 담담히 이어간다. 흑백 사진 같던 그의 삶에 어느 날 특별한 색깔이 스며든다. 바로, 사진을 인화하러 온 주차단속 요원 다림. 조금씩 마음이 일렁이지만 사랑을 시작해도 될까.’


주인공은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고 있는 눈사람이다. 소녀가 찾아와 눈사람의 손을 잡자, 눈사람은 심장 부근이 쿵쿵 뛰며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거대했던 눈사람의 형태는 안에서부터 녹아내려 점점 쪼그라든다.


이제 소녀의 키보다 작아진 눈사람. 처음엔 너무 거대해서 그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이젠 소녀보다 작아져 눈사람의 부분부분들이 명료하게 보인다.


이윽고 눈사람의 모든 것을 알게 된 소녀. 소녀는 이제 눈사람에 흥미를 잃고 떠난다. 소녀가 떠나고 눈사람은 다시 소녀를 기다린다. 언젠가 소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녀를 불러 보리라.’


‘한없는 기다림도 언젠가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 즐거운 편지


눈사람이 사라지자 소녀는 다시 그를 찾아온다. 아무 연락도 없이 사라진 눈사람에 대해 원망한다. 이윽고 그녀도 눈사람이 되어, 그를 기다린다.

녹아 흘러내린 물기가 찬바람을 맞아 다시 단단해진다. 너무 뜨거워 녹아버린 마음은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다시 단단해진다. 그렇게 8월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소녀는 숙녀가 되었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 정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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