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일희일비하는 게 천성이라면 천성인데, 도무지 고치려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감정에 무뎌지는 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더 도움이 될 것도 같지만, 좋은 글은 안 나올 것 같다. 내 삶의 가장 큰 목표는 좋은 글을 쓰는 것. 좋은 글은 사람을 위로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픈 만큼, 다른 사람의 아픔도 위로받기를. 그리고 나도 위로받기를.
감정의 스펙트럼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느껴보고 싶다. 내 글을 보고 누군가는 위로를 받거나, 마음이 푸근해지거나,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이런 천성을 지니고 있다 보니, 하루 종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오늘에서야 나는 나만의 이별을 끝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차차 정리됨을 느낀다.
사랑과 원망, 후회는 접어두고, 동경과 응원의 마음을 간직하기로 결정했다. 그 사람도 그러길 원한다. 그 사람이 그러길 원하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할 거다. 그 사람이 그러길 원하기 때문에 나는 지옥 속에서 구원을 받은 느낌이다. 그 사람이 원하니까, 그렇게 할 거다.
인생은 길다. 살아가야 할 날도 많다. 살면서 잊히지 않는 사람이 하나쯤 있다는 건,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일이다. 그래야 인생이지. 그래야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내 마음 모두 쏟아본 경험이 있으니, 나는 다시 비워진 마음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비었기 때문에 다시 채울 수 있다. 비워져야만 채울 수 있다.
공허함과 울적함만 끈적하게 남은 한 달이었다. 오늘에서야 구원의 마음을 갖고 그 끈적함을 정리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열심히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난잡하게 어질러진 쓰레기를 치웠다. 한 달 동안 나는 이런 사소한 것들을 내팽개친 채 책만 읽었다. 도움이 되는 책도 있었지만, 내 슬픈 감정을 위로는 못할 망정 그 감정 속에 허우적대도록 만드는 책도 있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나를 위해 지나간 사랑에 아쉬워말고, 앞으로 살아갈 나만 생각하자. 그게 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이롭다. 끈적한 미련은 결국 자신을 볼품없게 만든다. 그러니 울어야 할 때 충분히 울고, 우울의 밑바닥까지 기꺼이 가라앉아 보자. 자책마저 아낌없이 쏟아붓고 나면, 비로소 마음은 마른빨래처럼 뽀송하게 정리될 것이다.
이제야 어른 견습기간이 끝난 것 같다. 눈물의 시간을 견디며, 값비싼 통행료를 지불한 느낌이다. 매일 밤 쏟아낸 눈물과 나를 갉아먹던 자책들, 그것들은 어른이라는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만 했던 입장료였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은 험하고도 험하다. 너무 늦게 어른이 된 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언제가 빠르고, 언제가 느린 건진 모르겠다. 각자의 삶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제 막 나의 견습 기간을 끝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