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중

말랑말랑한 마음

by 허건

당신이 웃었을 때
갓 구운 소금빵처럼
속절없이 말랑말랑했다
온기 한 점에 속을 다 내어주었다

마중 나간 길 위로
수만 개의 봄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가
천둥처럼 아찔해 그만 정신을 잃었다

녹아내린 심장이 발등을 적신다
형체도 없이 뭉개져 버린 이 마음을
사랑이라 부른다

말랑하다 못해 흐물거리는
이 무력한 행복 속에서
나는 기꺼이 뼈 없는 동물이 되었다

​아찔한 봄의 습격 앞에서
마중 나간 손을 거두지 못한 채
그저 녹아내리는 중이다

첫인사의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이 서로 닮은 것처럼
웃으며 안녕, 부디 잘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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