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연애 일대기
20살이 넘어 세 번째 연애를 막 끝마친 때였다.
첫 번째 남자친구는 대학 입학 직후, 개강 전 신입생 환영회 때 만난 한 학번 선배였다. 술자리에서 가볍게 친해진 후 그가 나에게 비싸고 무거운 전공 책을 준다고 해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빠르게 사귀고 빠르게 헤어졌다. 왜 좋아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대학 연애 로망에 빠져 있던 나에게 그냥 처음 만난 남자여서 사귀게 되었다. 첫 연애라서 그렇다는 핑계에 아주 알맞을 만큼 성급하고 어리석게 감정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몇 학번 위 선배였다. 첫 번째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던 첫 엠티에서 만난, 킬빌마냥 노란 추리닝 세트를 갖춰입고 온 복학생이었다. 하지만 날렵하고 카리스마 있는 사무라이와는 반대의, 우스꽝스러운 성격에 딱 막 전역한 복학생처럼 생긴 안경잡이었다. 그는 잊을 만 하면 마주쳤고, 잊을 만 하면 어떠한 연락을 주고받았다. 발표를 잘하고, 농담을 잘하고, 수업에서 교수님과 능글맞게 대화를 주고받는 호감형 선배였다.
전공 인원이 많지 않은 과라 누가 누구와 연애한다 혹은 연애했다는 소문은 익히 다들 알고 있었기에, 어쩌면 시끄러웠을 추문들을 뒤로하고 그와 연애를 했다. 나를 아주 좋아해 주었고, 나에게 아주 잘 해 줬다. 그와는 2년 정도 연애를 했다. 연애 중 권태를 느낀 내가 요구한 잠시 떨어져 지낼 시간을 그는 버텨내지 못했다. 그는 내게 더 더 잘해주고 더 같이 있으려 했고, 나는 그 모습에 오히려 더 권태를 느끼게 되어 우리는 슬프게 헤어졌다.
세 번째는 휴학하고 세 달간의 제주살이를 지낼 때 만난 친구였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던 나는 어느 날 로비에서 다른 스탭들과 놀고 있었는데, 그날 게스트였던 그가 밀짚모자에 운동복 차림을 하고 지나갔다. 나는 첫눈에 그에게 이끌렸다. 우리는 스물 두 살이었고, 나는 제주에서 지내다가 서울로, 그는 부산의 군인이었다가 부산의 민간인으로, 위치와 신분 변경을 겪는 6개월 간 만남을 이어갔다. 거의 매 주말 제주에서, 부산에서, 서울에서 만나는 데이트는 애틋했고 또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권태가 찾아왔다. 뭔가 이상했다. 이것은 재미없음 이었다. 한순간 감정이 식어 며칠 후 나는 그에게 전화로 말했다.
헤어지자.
응 알겠어.
그가 진작 나도 느끼지 못한 내 마음의 변화를 느껴왔던 걸까? 아니면 그 또한 나에게 마음이 식었던 걸까?
아니면 우리는 이 만남 자체가 즐거웠던 거지, 진심으로 서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잘 모르겠다. 그는 나에게 아주 다정했고, 그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그도 나도 볼만한 외모였다. 우리는 싱겁게 헤어졌다.
세 번째 이별을 하고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연애를 잘 하고 싶었다. 그리고 연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남자를 만나는 것은 재미있었다.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나를 보여주고, 친해지고, 설레이는 순간이 오다가 결국은 섹스를 한다. 중독적이다. 나는 연애를 잘 하고 있었던 걸까? 남들의 연애는 어떤 모양일까?
그보다도, 세상에 남자가 이렇게나 많은데, 길을 지나다 보이는 이 남자와의 연애는 어떨까? 저 남자와의 연애는 어떨까?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 봐야 아냐고? 나는 첫눈에 그게 똥인지 알면서도 찍어 먹어 맛을 보고서야 알겠다고 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제대로 된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연애를 해보고 이중 가장 잘난 연애를 고르시오. 정답 (2,385번째). 이렇게 답을 내야 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된다고? 나도 알지. 그러나 나는 일단 뛰어들었다.
마침 함께 남자 이야기만 나누던 친하던 언니가 소개팅 어플을 소개해 줬다. 이름도 유명한 틴더다.
그 다음 나의 남자친구들은 모두 틴더를 통해 만난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