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분량을 미리 확보하라
원고를 투고하고 어느 한 출판사의 간택(?)을 받아 출판 계약 그리고 첫 출간까지 이루어내며 2025년의 대미를 장식할 내 인생의 소중한 결과물 하나를 그렇게 또 만들어냈다. 돌아보니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일이라지만, 당시 원고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렵게 느꼈던 부분 그리고 추후 다시금 출판을 하게 될 기회를 갖게 된다면 시행착오들을 조금이나마 덜어 낼 수 있는 내용을 이번 글쓰기에 연이어 기록해보려 한다.
여담으로 원고를 투고하는 방법은 어찌 보면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 본인이 집필한 분야의 책이 진열되어 있는 섹션을 찾아 맨 앞 또는 맨뒤에 있는 출판사의 이메일 주소를 수집하면 된다. 어떻게 수집하냐고? 그냥 카메라로 해당 부분을 찍어 담아내면 된다. 이렇게 수집한 출판사의 메일을 엑셀 등을 활용해 리스트를 작성하고 각 출판사에 출간기획서 그리고 원고를 투고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끝. 다만 이 과정에서 스스로 '내 원고가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은 절대 금물이라는 점 명심하길 바란다. 세상에는 수많은 출판사가 있고 당신의 원고의 가치를 알아줄 곳은 분명히 있다.
책으로 출간되는 원고의 양은 보통 어느 정도 될 것이라 생각되는가? 내가 출판사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으로는 다음과 같다. 글자 수로 10만 자 이상, 200자 원고지로는 600~800장 정도면 제법 책과 같은 형태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인생 첫 책을 출간하게 되었을까? 글자 수로는 약 8만 자,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476장을 써냈고 A4 용지로 따진다면 150여 장 정도의 분량으로 최종 출간이 가능했다. (한글 프로그램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글자 수와 원고 기준으로 몇 장이나 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파일 > 문서정보 > 문서통계])
출판사에서 말하는 평균치와는 다르게 너무 밑돌게 작성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출간한 것이 어떻게 보면 신기하지 않은가? 나는 여러분이 평균의 오류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10만 자를 언제 쓰지? 원고 600장을 어떻게 채우지? 와 같은 두려움 때문에 출간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절대 꺾이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분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최초에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을 적 내 원고의 분량은 이보다 훨씬 적었다. 얼마나 적었을까? 글자 수로는 6만 2천 자에 불과했으며 원고지 기준으로 350장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봐도 책으로 출간하기에는 정말 부족했던 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최종 출간된 책도 그렇긴 하지만.) 당시 출판사는 내 원고 분량에 대해 달콤한 말로 나를 설득했다. "조금만 다듬고 보완하면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을 듯합니다." 이 문장에 숨은 의미를 여러분은 파악할 수 있겠는가?
'조금만'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상대적으로 해석 가능한 단어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쥐꼬리만큼 일 수도 있고, 관대한 성격을 지닌 다른 이에게는 조금 더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는 오묘한 의미를 담은 단어라 할 수 있다. 출간을 준비하는 예비 작가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은 출판사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말고 더 엄격하게 해석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책을 출간해 준 출판사에는 정말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어쨌든 출판사와 작가는 결국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이기에, 출판사는 완성도 있는 책을 그리고 작가는 완성도 있는 책을 만들어내기 위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내 경우 최초 350장의 원고에서 최종 476장의 원고를 완성해 내기까지 2만 자 이상의 추가적인 분량을 작성해야 했고 원고 이상의 다른 요소들을 가미해야 하는 아이디어도 모색해야 했다. 그렇게 쥐어짜 낸 결과도 평균 출간 원고지 수 600장에도 한참 못 미치는 476장이었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본 바, 추가 분량을 확보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할 수는 있다. 다만 일과 출간을 병행해야 한다거나 이와 함께 나와 같이 육아까지 함께 진행하는 등의 상황에 처해있다면 생각보다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자 한다. (글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일반인 수준의 원고 집필 기준이며, 본인이 글을 쓰는 능력이 출중한 경우라면 180도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출판사가 제시한 매 회차 별 보완 기한에 대한 압박감을 느낄지도 모르며, 최초 원고 작성 시보다 마음 편히 쓰는 글을 쓰는 환경은 아닐 확률이 높기에 질 좋은 콘텐츠가 나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제일 좋은 방법은 원고를 집필하며 넉넉한 분량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나 나와 같이 글쓰기에 젬병인 사람이라면 원고 투고 시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콘텐츠를 담아 투고하고 그 후에도 손을 놓지 않고 추가 분량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으리라 판단된다. 글을 쓰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책에 담고 싶은 이미지라던지 Q&A와 같은 환기용 콘텐츠를 조금씩 만들어 확보해 두는 것도 추가 분량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럼 나는 추가 분량 확보를 어떻게 해냈을까? 내 책『엄마도 아빠도 육아휴직 중』은 한글 프로그램으로 미리 작성해 둔 원고를 카카오 브런치 브런치북『부부 모두 육아휴직해도 괜찮아』이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에게 선 보인 이후 이를 출판사에 원고 투고 하여 출간하게 된 케이스다. 참고로 브런치북의 목차는 총 30개로 구성할 수 있는데 기존에 내가 작성해 놓았던 원고의 목차보다 개수가 적어 일부 목차를 제외하고 브런치북을 연재를 완료했다. 추가 분량에 대한 요청이 있어 나는 브런치북에 연재되지 못한 에피소드를 책에 추가로 담아내기로 했다. 최초의 원고를 열어보았다. 브런치북에 연재되지 않은 2~3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남아있었다. 이를 다듬고 보완하여 원고에 대한 추가 분량을 아슬아슬하게 확보하게 됐다.
공무원 시험 감독관 모집 시에는 예비 감독관 몇 명을 항상 같이 모집한다. 본 감독관이 시험 당일 교통사고가 나거나 배탈이 나는 등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원고 투고도 이와 비슷한 성격이 될 것이다. 원고 투고를 할 때 애초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유 있게 원고의 분량을 작성해 두자. 양이 많다고 생각되면 빼면 그만이고 모자라다면 덧붙이면 그만이다. 더불어 본인에 책에 꼭 담아내고 싶은 사진이나 이미지가 있다면 미리 선별하여 확보해 두자. 출간 전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이야기는 계속 연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