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있거나 고민이 생기면 쪼르르 친구에게 다가가 나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시시콜콜한 고민부터 일생일대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던 고민들까지 내 옆에는 항상 나의 친구가 있었다. 한바탕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 꾸러미를 풀어놓고 나면 그때서야 나의 고민을 듣고 있던 친구가 말을 건넨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친구는 나의 생각을 먼저 물었다. 대부분의 나의 고민들은 이미 내가 답을 정하고 묻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나를 잘 알고 있던 친구는 매번 나의 생각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라고 말을 하면 친구는 나의 대답에 따라서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해주었다.
고민을 말한다고 그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고민을 말한 전과 후의 현실은 그다지 달라져 있지 않았지만, 마음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졌다. 친구의 공감과 위로의 말들이 고민들로 무거웠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친구와의 고민상담은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묵묵히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의 모습에 나의 마음은 위로받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결혼초에는 종종 친구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위로받았다. 하지만 친구도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에 집중하면서 점점 연락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각자의 고민을 마음속에 저장한 채 그냥 살아가고 있었다. 가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고민의 무게가 커지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예전과 같이 고민을 털어놓지만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우리의 이야기는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들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와의 연락은 뜸해졌고, 우리는 그냥 고민을 안고 살아가거나 다른 방법으로 고민을 해결할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냥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나의 고민의 무게는 가벼워지는데... 생각보다 그냥 나의 고민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맘 카페에 나의 고민을 글로 남긴 적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라 나의 고민에 공감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글을 적었다. 마음속에 안고 있던 고민을 글로 적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글을 올리고 몇 시간 뒤 나의 글들에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의 공감 댓글에 위로가 되기도 했고, 힘내라는 엄마들의 댓글에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글에 용기와 위로의 댓글만이 있지는 않았다. 나의 마음을 바늘로 콕콕 찔려대는 댓글들도 있었다. 나의 글에 용기를 주고자 하는 엄마들과 공감할 수 없다는 엄마들과의 댓글 논쟁이 시작되면서 나는 나의 고민 글을 삭제했다. 고민의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길 원했던 나의 마음에 더 큰 상처만 남게 되면서 더 이상 개인적인 고민의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
고민을 안고 살아가면서 나에게 예전에는 없던 버릇 하나가 생겼다.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는 나를 보면서 처음에는 "너무 말할 때가 없어서 조금 정신을 놓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요리를 할 때도, 청소를 할 때도 혼잣말하고 혼자 대답하는 나늘 볼 때면 흠찟 놀라곤 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나의 행동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친구나 주위 지인들에게 나의 이런 상태를 말하니 "아줌마 되면 다 그래! 나도 그런데 뭐~ 걱정할 거 1도 없어 ~!"라고 말하면서 여러 지인들이 나와 같이 혼잣말 하고 혼자 대답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안심이 되기도 했고,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사람과의 대화가 줄어들면서 나는 책과 가까워졌다. 매일 도서관에 가서 책들과 만났고 그 책 속 내용들의 주인공들과 대화를 했다. 나와 공감이 되는 책 속의 내용들에서 한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도 그랬는데... 나도 이랬어~!"라고 중얼거리면서 책을 읽었고, 책 속의 내용들이 딴 세상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부자가 되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어~!"라고 중 얼되기도 했다. 그렇게 책들과 만나면서 자연스레 나의 고민을 책들의 대화에서 꺼내 놓기 시작했다. 처음 나의 고민을 얘기했던 책은 김유라 작가님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라는 책이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돈을 벌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고민을 한가득 안고 살아가는 도중에 읽었던 책이라 쉬지 않고 나의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그런데... 우리 애들도.. 우리 남편도.."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안고 살아가는 고민과 책 속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공감이 되고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할 만큼 비슷한 경험과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중얼거리며 책을 읽기 전 고민은 어느새 "할 수 있어"라는 굳은 의지로 바뀌어 새로운 엄마의 인생을 꿈꾸게 되기도 한다.
나와 책의 대화는 복잡한 나의 생각을 책의 지혜를 빌려 정리를 할 수 있게 하고, 답답해서 터져 버릴 것 같은 마음에 위로의 문장들이 나의 마음에 와 닿아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나는 거실 한편 책장에 고민들을 들어주는 책장을 만들었다. 돈이 벌고 싶어 고민이면 재테크 관련 책들에게 고민을 말하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자기 계발 책에 고민을 말하고, 마음에 충전이 필요하면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책에 고민을 말하면 된다. 고민을 해결해 줄 책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예전에 나왔던 좋은 책들도 넘쳐나고 지금 나온 책들도, 앞으로 나올 책들도.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책들과 대화를 했고, 하고 있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