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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Aug 04. 2021

고전문학에서 배우는 지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릴 적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앨리스에 집중했다. 나무 구멍으로 사라진 흰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사건들과 모자장수의 수수께끼, 마법 음료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앨리스가 작아지고 커지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가 만났던 동물들과 공작부인 앨리스의 대화에 집중했다.


애벌레가 말했다

"네가 누군지 설명해 봐!"

앨리스가 말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지금의 제가 원래 제가 아니거든요"


공작부인이 쉰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남 참견 말고 자기 일이나 잘하면, 세상이 훨씬 잘 돌아갈 텐데."


3월의 토끼가 거들었다.

'내가 얻은 것이 마음에 들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얻어'


공작부인이 말했다.

"모든 것에는 교훈이 있단다. 못 찾아서 그렇지."


앨리스가 약간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제 얘기는 할 필요가 없어. 그때의 나는 지금과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음에 펼쳐질 이야기가 기다려질만큼 흥미진진한 모험의 이야기였다.

어른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만난 동물들과 공작부인, 앨리스가 툭툭 던지는 대화가 고요했던 마음에 울림을 주기도 했고, 소란스러운 마음에 고요을 주기도 했다. 아이도 어른에게도 깊은 사유의 시간을 주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을 예쁜 그림과 함께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케이크를 먹으면 보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도, 이상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던 앨리스에게는 이제 평범한 것은 따분하고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처음 읽게 된 어린 꼬마였던 나는 앨리스처럼 몸이 커지고 작아지는 마법의 음식들을 상상하고는 했다. 내가 좋아했던 핫도그를 먹고 몸이 작아져서 예쁜 인형의 집에서 살아가는 상상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걸리버처럼 커다란 거인이 되어 내가 사는 세상을 내려다보는 모습도 상상했다.

지금의 나는 평범한 것은 따분하고 멍청하게 느끼는 앨리스의 말대로 보통의 평범한 삶의 당연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양이가 대답했다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렸지"

앨리스가 말했다.

"어딜 가든 난 상관없어"

고양이가 말했다.

"그럼 어느 쪽으로 가든 상관없겠네"

앨리스가 덧붙였다.

"하지만 어딘가에 도착하고 싶어"

고양이가 말했다.

"그래? 오래 걷기만 하면 분명 어딘가에 도착하게 될 거야"


영화와 책 그리고 아이들에게 읽어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안겨준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던 딸아이에게 체셔 고양이의 말을 빌려 이야기를 해주었던 적이 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면 오랫동안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면 분명 그림을 잘 그리게 될 거라고. 동화 속 이야기에서 발견하게 되는 삶의 지혜들은 아이들의 질문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의 질문에도 지혜롭운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공작부인이 말했다.

"내 것이 많아질수록 네 것은 줄어든다'

'있는 그대로의 네가 돼라'

'너의 예전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다르게 보였을 수도 있는 것처럼, 너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비친 너의 모습이랑 달리 보이지 않는다고 상상하지 말라"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열대 번은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마음속으로 가 닿는다. '내 것이 많아질수록 네 것은 줄어든다' 짧은 문장이지만 긴 호흡의 사유의 시간을 필요로 했던 문장이었다. '너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비친 너의 모습이랑 달리 보이지 않는다고 상상하지 말라' 이 문장 역시 여러 번 읽고 되뇌게 하는 문장이었다.


"거북은 왜 슬퍼해?"

"전부 거북이 상상하는 거야. 슬픈 일 하나도 없어"


거짓 거북의 이름대로 거북은 상상할 뿐 슬픈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나 역시 상상 속의 슬픈 일을 만들어내고 괴로워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걱정하고, 상상만으로 작은 일을 걷잡을 수 없는 큰 일을 만드는 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거짓 거북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읽을 때마다 신비롭고 새롭다. 새로운 울림과 재미와 지혜를 주는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책을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작부인의 말이. 체셔 고양이의 말이. 애벌레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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