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잊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
살다 보면 잊고 싶지 않은 것들도 생긴다.
그리고, 잊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울과 함께 살아왔다. 그것은 문득 찾아와 나를 짓누르고, 때로는 내 삶의 모든 색을 흐려 놓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졌다. 분명 그때는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는데 어는 날 문득 떠올려 보면 그 감정이 선명하지 않다. 기억은 남아 있지만 그때의 날카로운 감각은 둔해졌다.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빛이 바래고 경계가 흐릿해졌다.
나는 그걸 망각이라고 불렀다.
오래된 상자 속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소풍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나는 노란 원피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 뒤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옆에는 젊은 엄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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