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인의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작년 한 해 내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 중 하나다.
언젠가 모임원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하지만 곧 깨달았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그 당시의 내가 몰랐기에 비로소 알게 된 것들임을.
만약 그때 그 지혜를 미리 알았더라면, 지금의 내가 이 자체로 존재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흔히 과거로 돌아가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나는 그 실수들이 지금의 나를 빚어낸 재료라고 생각한다.
만약 과거의 내가 지금의 앎을 가졌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과는 전혀 다른 타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훗날 현재를 돌아보며 "그때 그걸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을 선명하게 살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시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 '신과의 인터뷰'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신은 인간에게 가장 안타까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우리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살고 있는가.
지금 내가 간신히 깨달은 이 소중한 앎을 미래의 내가 잊지 않도록,
오늘도 부단히 현재를 기록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