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나약함에서 나온다.

세네카에게서 배우는 평정심의 기술

by 함니

제목만 봐도 궁금해지는 책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세네카의 <화에 대하여> 이다.

화는 인간의 삶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감정이다.

"홧김에 저질렀다"는 말처럼, 우리는 종종 화를 다스리지 못해 공들여 쌓아온 일을 그르치곤 한다.


최근, 아니 자주 사소한 일들에 화라는 감정이 울컥 올라올 때가 있다.

"아 진짜, 왜 이러는 거야!"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다가도 금세 스스로를 다독인다.

"하민아, 이게 뭐라고 화를 내니. 화를 다스려보자." 나에게 일상은 이 과정의 반복이다.


나약함의 증거인가, 애정의 표시인가


테오프라스토스는 세네카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기 가족과 친구에게 해를 끼친 자들에게 분노하고 앙갚음하는 자들에게 품는 화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세네카의 반박은 매서웠다.


"그들은 따끈한 목욕물이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유리잔이 깨졌을 때, 혹은 구두에 진흙이 튀었을 때도 똑같이 화를 낼 것이다. 그런 종류의 화는 애정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나약함'에서 나온다."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는 자신의 철학을 삶과 죽음으로 증명했다.

제자였던 네로가 가족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명을 내렸을 때, 그는 불평 없이 받들었다.

발목 정맥을 끊고, 독약을 마시고 그래도 효과가 없자 결국 증기탕 안에서 질식해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 그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화라는 거대한 감정 앞에 그토록 초연할 수 있었던 그였기에 "화는 나약함의 산물"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철학을 읽는 이유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세네카니까 가능한 일 아니냐고.

하지만 바로 그러하기에 우리는 철학책을 읽고 철학적 사고를 한다.

누구나 생각하고 실천하기 쉽다면, 저명한 철학자가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최근 모임원들과 각자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감정 일기 : 사건이 아닌 '감정'만 기술하며 객관화하기.

- 생각 멈추기 : 의도적으로 주의를 돌려 감정의 전이를 차단하기.

- 글쓰기 : 날 것의 감정을 문장으로 다듬으며 배설하기.


평정심을 잃지 않기


세네카가 제시한 유일하고 합리적인 전략은 '혹시 일이 잘못되어 가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폭풍 같은 하루 속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리기를 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짧은 문장을 되뇌이며 내 안의 화라는 감정을 잠재우려 한다.

화라는 나약함에 잠식되지 않고, 오롯이 나로 존재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