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이 무엇이냐 물으면
주저 없이 꼽는 책 중 하나가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다.
내게 이 책은 조금 더 각별하다.
스물여덟,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중 하나.
겪고 싶지 않았던 일들에 파묻혀 허우적거리던 내게 친구가 선물해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소설은 나의 인생 책이 되었다.
1998년에 발표된 이 소설이 2026년인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읽히는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정답 없는 삶의 모순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진진의 두 남자 :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주인공 안진진 앞에는 성격도, 배경도 극명하게 갈리는 두 남자가 있다.
가난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가진 김장우, 그리고 모든 것이 계획적이고 빈틈없는 나영규.
흔히 우리는 사랑과 조건 사이의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 선택은 불안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삶과
안정적이지만 권태로운 삶중 무엇을 택할 것이냐는 질문과 같다.
어느 쪽을 골라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남기 마련이고, 그 미련 자체가 우리 삶의 모순이 된다.
엄마와 이모: 불행의 에너지인가, 행복의 허무인가
소설 속에서 가장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인물은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다.
엄마는 시장 바닥에서 고생하며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억척스러워졌지만,
매일매일의 사건 사고를 수습하며 치열하게 살아남는다.
그녀의 삶은 고달프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뜨거운 생명력을 뿜어낸다.
그와 반대로 이모는 부유한 남편, 완벽한 가정.
남들이 보기엔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이지만,
이모는 아무런 굴곡도, 결핍도 없는 그 완벽함 속에서 오히려 서서히 빛을 잃어간다.
우리는 흔히 고통이 없는 삶을 꿈꾸지만, 소설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런 불행도 없는 삶이 때로는 가장 지독한 허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결핍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는 그 모순적인 진실 말이다.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꾸 삶의 정답을 찾으려 애쓰지만,
사실 삶은 그 정답 없는 모순들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내는 것 그 자체다.
앞선 글에서 '익숙한 슬픔'을 택하는 우리를 이야기했듯,
우리는 때로 나를 아프게 하는 모순마저 사랑하며 살아간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우리는 결국 그 모순 전체를 껴안고 살아야 한다.
오늘 당신이 겪고 있는 그 괴로운 모순이, 어쩌면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가장 뜨거운 증거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을 탐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는가.
일단 나는,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