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여전히 브람스가 남아있나요?

by 함니

로맨스 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한 번쯤은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독서 모임 지정 도서로 선정했다.


작가의 데뷔작인 슬픔이여 안녕을 읽었을 때,

교훈을 강요하기보다 인물의 서술에만 차갑게 집중하는 그 문체가 퍽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자 시몽이 폴에게 던지는 질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내 삶에서 브람스 같은 존재가 무엇일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매개다.


그런데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어떤지 더 이상 알 수가 없더라고.
믿어져?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어떤지 더 이상 알 수도 없다는 게...

사랑에 빠지면 종종 지금의 내 모습이 원래 내 모습인지,

더 나아가 원래의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순간이 온다.


내 모습을 잃어가는 사랑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하며 새로운 나의 조각을 발견하고,

타인과 섞이며 또 다른 내가 되어가는 것 또한 사랑의 명백한 묘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나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자각이 드는 타이밍은 대개 권태라는 불청객과 함께 찾아온다.

어느샌가 사랑하는 사람보다 다시 나라는 존재가 중요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나라는 기준이었던 브람스에서 사랑하는 누군가에게로,

다시 원래의 브람스로 시선이 돌아오는 이 사이클.

더 나아가 브람스가 나의 기준이었는지 본인조차 모르게 되는 순간.

우리는 이 과정을 반복하며 늘 익숙한 길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 길이 나를 아프게 할지라도,

낯선 행복보다는 내게 익숙한 슬픔이나 눈물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연약한 속성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이클 속에서 브람스와 사랑하는 사람을 동시에 품을 수는 없는 것일까.

삶의 수많은 과제 중에서도 사랑은 정말 지독한 노력이 필요한, 가장 어려운 숙제인 것 같다.


오늘 당신도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보길 바란다.

당신은 여전히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지금 당신 곁의 사람은 무엇을 좋아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