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한 사랑은 왜 절절한 상황에서만 나올까?

by 함니

독서 모임장을 1년 가까이 하다 보면 주변에서 책 추천을 해달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웃기게도 내가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모임원들의 강렬한 책 소개가 뇌리에 깊게 남아,

마치 내가 읽어본 것처럼 책 추천을 한 적이 있다. 그중 한 권이 바로 <구의 증명>이다.


"절절한 사랑 이야기"라고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는 한 모임원은,

처음엔 왜 이런 그로테스크한 책을 나한테 추천한 걸까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난 뒤에야

"아, 이래서 절절한 사랑 이야기라고 했구나"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인상 깊었던 나는 사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친구에게 이 책을 권했고,

그 친구가 완독한 후에야 나도 드디어 구의 증명을 펼치게 됐다.


주인공인 구와 담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가장 아팠던 지점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가 다름 아닌 '가난'이었다는 것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없음을 깨닫고,

차라리 산에 숨어 사물이나 동물처럼 살아가자고 말하는 둘의 대화.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사랑조차 가난에 의해 간절해야만 하는 현실,

그럼에도 그 평범한 사랑조차 끝내 이뤄낼 수 없는 그 먹먹한 현실이 너무 아팠다.


희망은 해롭다. 그것은 미래니까.
잡을 수 없으니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끌어들이니까.
욕심을 만드니까. 신기루 같은 거니까.


나는 희망을 품음으로써 인간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어왔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건 알았지만,

희망 자체를 '해롭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니

희망을 원동력이라 믿던 내 삶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근래에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딱히 하지 않았었다.

그저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영혼의 값'이 매겨질 수 있도록 도우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나의 삶에 감사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또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있어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

주관적인 욕심에 사로잡혀 삶도, 사랑도 놓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구와 담의 얘기처럼 건네보고 싶다.

불행해도 괜찮으니 그저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을 위해,

그런 사랑을 하기 위해 노력해보는 것은 어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