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십자가

by 주용현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는데

지쳐서 곤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지나온 걸음 돌아보며

후회하며

탄식하며

애통하며

삼킨 울음이 목젖을 울린다.


떨리는 가슴 부여잡고

또다시 일어나

두 주먹이라도 불끈 쥐고

나아가리라고

그렇게 마음은 채근하지만

몸은 여전히 천근만근.


누군들 그러고 싶어 그랬겠냐고

되지도 않을 변을 고하며

옛일이라고 묻어두고 싶어도

시퍼렇게 날 선 검처럼

목덜미를 겨누고 있다.


내가 행한 일이 어디 가겠느냐고

그렇게 옥죄는 과거는

밤마다 나를 가위눌리게 한다.


그래도 일어서 가야 한다고

아직 남은 고난을 채워야만 한다고

날마다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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