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 오르는 길에는 아직 잔설이 남았다.
군데군데 얼음도 얼어서 조심스레 발을 옮기며
숱한 기도의 끈을 붙잡고 오르던 날들을 떠올린다.
을씨년스러운 삭풍과 함께
겨울은 조만간 물러갈 것이지만
숱한 발걸음들이 분주히 기도 줄을 붙잡고 오르며
북적거렸을 시절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산길은 고즈넉하다.
아직도 가슴에 뜨뜻한 기운으로 살아있는
기도원 오르던 마음엔
산길의 고즈넉함이 생경하게 다가온다.
다들 편안해진 게야.
고픈 배를 움켜쥔 절박함이 없어진 게지.
틈만 나면 기도원을 오르던 목마름이 없어진 게야.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곡식 자루에 취사도구인 솥과 냄비를 들쳐 매고
함께 오르던 이들의 가슴엔
하나같이 간절한 소망들이 있었다.
목마른 기도에 응답이 있건 없건
그것은 그닥 중요치 않았다.
그냥 그런 간절함 자체가
기도원을 오르는 이들에겐
축복이었던 것이다.
오늘 사람들의 발길을 찾기 어려운
산속 기도원을 오르는 내내
무언가 모를 아쉬움과 허전함이 있었다.
살아오면서 잊어버렸던 마음가짐에 대한 반성이랄까
도무지 간절함을 찾을 수 없는 지금의 모습이
큰 죄라도 지은 것인 양
마음은 개운치 않은 것이다.
몇 날을 금식하며 엎드렸던 그 간절함들이
엊그제인 양 새롭고
그것이 얼마나 축복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누가 시켜서 그리 하였겠는가!
삶이 내 몰아서 그리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마음가짐 자체가
인생길에서 만나는 큰 축복이었다.
풍요로움과 함께 잊히고 사라져 버린 것들이다.
오늘 가파른 기도원을 숨 가쁘게 오르며
그 시절의 간절함을 다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