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담 하상목 May 12. 2024

조언, 꼰대를 피하는 방법

어느 순간 조언을 하지 않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진심 어린 충고를 꼰대의 생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내가 듣고자 하는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되돌아보면 사실 조언으로 듣기에는 내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고 충고를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여러모로 준비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랬던 나도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지 다른 사람에게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그때는 내가 왜 그랬을까?




  나는 어느 한순간부터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각자도생을 외치는 차가운 세상 속에서 너무 각박한 인생이 아닐까. 하지만 직업 특성상 다양한 직업군과 많은 사람을 만나 오면서 조언이나 충고를 했을 때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나 병원에서 임상경력을 쌓으면서 만났던 신규 간호사 선생님들과는 소통이 정말 어려웠다. 그 과정 속에서 조언이나 충고 대신에 침묵하는 습관이 더 익숙해졌고 그들과의 사이는 원만했지만 좋은 인간관계로 이어 나가기에는 어려워졌다. 어쩌면 그래야만 나의 내면의 평화가 찾아오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병원에서 일할 때 신규 간호사 선생님들과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소통의 어려움이 있기에 사직을 고려했던 적도 많았고 정말 사직한 원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환자에게 당연히 해야 할 간호행위가 많지만 일일이 모두 알려주기에는 선배인 나로서도 힘이 들었다. 좋은 간호사가 되었음 하는 바람에 그동안 스스로 터득해 온 노하우를 알려주었지만 그다지 관심 없어하는 선생님의 태도는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병원에 갓 입사한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나의 충고나 조언이 꼰대가 말하는 쓴소리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나 고백하고자 한다.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으며 내가 아는 지식과 임상술기도 무르익었을 때 근무시간에 책임 경력자인 차지(Charge) 간호사가 되었다. 같이 일하는 3교대 근무 시간 중 책임과 권한이 가장 큰 자리이기에 걱정할 거리도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상당히 많았다. 그중에서 중요한 역할이 신규 간호사 선생님의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을 임상경험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라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의도와는 다르게 쓴소리를 했어야만 했었고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공부를 해오라는 것도 많았다. 그런 나에게 서운한 점도 많았겠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아는 척한다며 나의 뒷담화를 들었을 때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나는 더 이상 신규간호사 선생님들에게 업무적인 것 외에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래야만 했기에 그 당시 더 좋은 방법은 없었기에 그래야만 했었다고 생각했다. 신규간호사 선생님들을 감싸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다른 과 의사들이 많이 드나드는 환경 속에서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직역에서 상처받는 일이 생길까 하는 나의 오지랖이기도 했다. 그냥 차라리 상처를 받더라도 악역을 굳이 내가 나서서 한 내 자신이 밉기도 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 조언과 충고는 매우 아끼게 되었고 응원과 지지를 많이 해주는 간호사가 되기로 더욱 노력했다. 아직 노력이 부족해서 인지, ‘영혼이 없이 말한다,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주변에서 많이 듣곤 한다.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 더 많이 배워야겠지만 선배들이 해주는 조언과 충고에는 많은 사랑과 관심이 녹여져 있다는 말에 점점 공감하게 된다. 현재 나의 상황은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었으면 하는 점이 너무나도 많은데 현실에서는 알아서 하라는 눈치이다. 조언이나 충고에도 모두 시기가 있기 마련인 것 같았다.


  경험이 좀 더 풍부해진 지금의 나의 생각은 조언이나 충고에도 상대방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도 중요하게 되었다. 과거 어리숙했던 나부터도 일단은 잔소리로 여기기도 했고 나를 위한 이야기라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경험해서 터득하거나 정말 궁금한 나머지 초롱초롱한 눈빛과 간절한 태도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기 시작했다. 좋은 정보를 전달할 때에도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고려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진심으로 알고자 하는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면서부터였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소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걱정거리나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일이었다. 때로는 듣기만 하고 대화가 종결되는 상황도 있었고 밤늦게까지 시간을 함께하며 대안에 대해 토론을 이어나가기도 했었다. 여러 가지 질문들이 오가면서 나에게도 태도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작이 되었다. 사실 걱정이라고는 하지만 푸념이나 하소연과 같을 때에는 조언이나 충고보다 응원과 지지가 도움이 되었고 극복하거나 알고자 하고자 할 때에는 질문이 많아지기도 했다. 그래서 소통이라는 것은 이런 세심한 질문에서부터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구나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초롱초롱한 눈빛과 좋은 태도로 훌륭한 조언과 충고를 아낌없이 들을 수 있는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역경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삶에서 더 좋은 선택 하며 후회가 적은 경험들로 채워나가고 싶다. 물론 그 와중에도 직접 부딪혀 가며 직접 경험을 쌓아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 길을 미리 가본 선배님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값진 이야기는 언제나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매일 처음 가본 길이라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늘 언제나 배움의 자세를 지닌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 나에게 100%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